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언제인가. 네다섯 살, 아니 대여섯 살 때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유치원에 다니기 ‘훨씬’ 전 시골 외할머니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손을 잡고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 버스로 갈아타고 갔던 할머니 집. 반나절은 족히 더 걸리지 않았었나 싶다.
논과 밭과 야트막한 야산이 어우러졌던 곳. 포도밭과 우물가, 감나무와 홍시, 외양간의 소와 김이 무럭무럭 나던 여물통이 떠오른다. 흙바닥 부엌에서 할머니 옆에 바짝 붙어앉아 아궁이에 불 지피는 걸 구경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칠흑처럼 깜깜했던 시골의 밤도 생각난다.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이라 호롱불과 등잔불을 켜기 전에는 온통 사방이 새까맣다. 한 번은 주위가 너무 깜깜해 숨쉬기 힘들다며 투정 부렸던 기억도 난다.
코흘리개 손녀의 코를 연신 훔쳐 주시던 할머니 손이 그립다. 땀띠 날라, 모기에 물릴라 잠들 때까지 부채질해 주시던 할머니. 발음하기 힘든 손녀 이름과 코끼리를 다르게 부르곤 쑥스럽게 웃으시던 할머니가 가족 곁을 떠난 지 30년도 더 지났다. 엄마와 할머니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3대(代)가 한자리에 모였다. 내 기억 가장 먼 곳에 있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아직도 또렷하다.
kmkim@seoul.co.kr
논과 밭과 야트막한 야산이 어우러졌던 곳. 포도밭과 우물가, 감나무와 홍시, 외양간의 소와 김이 무럭무럭 나던 여물통이 떠오른다. 흙바닥 부엌에서 할머니 옆에 바짝 붙어앉아 아궁이에 불 지피는 걸 구경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칠흑처럼 깜깜했던 시골의 밤도 생각난다.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이라 호롱불과 등잔불을 켜기 전에는 온통 사방이 새까맣다. 한 번은 주위가 너무 깜깜해 숨쉬기 힘들다며 투정 부렸던 기억도 난다.
코흘리개 손녀의 코를 연신 훔쳐 주시던 할머니 손이 그립다. 땀띠 날라, 모기에 물릴라 잠들 때까지 부채질해 주시던 할머니. 발음하기 힘든 손녀 이름과 코끼리를 다르게 부르곤 쑥스럽게 웃으시던 할머니가 가족 곁을 떠난 지 30년도 더 지났다. 엄마와 할머니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3대(代)가 한자리에 모였다. 내 기억 가장 먼 곳에 있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아직도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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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