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 일이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처음 출입하던 때였다. 하루는 같이 근무하던 선배에게 호되게 혼났다. “네가 정부 대변인이냐.” 정책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정부 의도대로 기사를 썼다는 질책이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니 몹시 부끄러웠던 것 같다. 기재부는 경제정책과 국제금융, 예산, 세제 등 거의 모든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한다. 그만큼 다루는 내용이 넓고도 깊다. 웬만한 공력이 아니고서는 정부 의향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좋은 기사만을 썼다고는 자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애정 어린 독설을 날린 선배에게 지금도 고마워하는 까닭이다.
비판적인 시선은 기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 갖춰야 할 자세다. 영화 ‘배심원들’을 얼마 전 보며 권위에 대항하는 의심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렸다. 배심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해 모친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무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지킨 건 검찰이나 판사 등 ‘법률가’들이 아닌 ‘비법률가’ 배심원들이었다. 의심하는 용기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douzirl@seoul.co.kr
비판적인 시선은 기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 갖춰야 할 자세다. 영화 ‘배심원들’을 얼마 전 보며 권위에 대항하는 의심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렸다. 배심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해 모친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무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지킨 건 검찰이나 판사 등 ‘법률가’들이 아닌 ‘비법률가’ 배심원들이었다. 의심하는 용기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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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