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서울책보고/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서울책보고/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9-04-01 20:34
수정 2019-04-0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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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컨테이너 같은 삭막한 외형과 달리 실내는 웬만한 대형 서점의 인테리어를 뺨칠 만큼 세련됐다. 터널 모양으로 디자인한 긴 통로의 양옆으로 설치된 32개의 철재 서가마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헌책들이 빼곡하다. 기다란 책상을 배치해 누구나 자유롭게 서가에서 책을 가져다 읽을 수 있게 배려하고,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신선하다. 서울시가 송파구 신천유수지 물류 창고를 리모델링해 최근 개관한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 얘기다.

헌책 애호가들에겐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이곳을 지난 주말 다녀왔다. 동아서점, 공씨책방 등 서울 시내 25개 헌책방이 각자 서가를 분양받아 총 12만여권의 책을 진열했다. 컴퓨터로 책 검색이 가능하지만 헌책방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우연한 발견의 기쁨 아니겠는가. 다만 과욕은 금물이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주마간산으로 대충 ?어보는 데만도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책값은 출판연도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00원이 일반적이다. 나도 이날 책 3권을 9500원에 샀다. 그중에 한권은 리처드 부스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 마지막 서가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나만의 보물이다.

2019-04-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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