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출근버스의 커튼/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출근버스의 커튼/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8-11-04 20:28
수정 2018-11-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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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서 광화문으로 가는 출근 광역버스의 오른쪽 창문으로 요즘 햇빛이 찬란하게 부서진다. 가을이라도 그 햇빛이 들어오면 덥기도 하고, 또 일부는 얼굴의 잡티를 걱정하는 터라 차광커튼을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대형 버스 유리 양쪽으로 커튼이 달렸으니, 앞뒤 중에서 자신과 가까운 쪽의 커튼을 당겨서 치면 모든 일이 간단하다. 그런데 왜 신경전을 벌인단 말인가.

관찰한 바로는, 사람들은 이미 펼쳐져 있는 커튼을 자기 쪽으로 당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즉 접힌 커튼을 펼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뒤쪽 커튼을 쳐야 하는 승객인데도 자기 앞쪽에 커튼이 쳐져 있으면, 그냥 그 커튼을 잡아당겨 햇볕을 가리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커튼의 그늘서 꾸벅꾸벅 평화롭게 졸던 앞쪽의 승객은 느닷없이 침범한 찬란한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고 뒤로 넘어간 커튼을 신경질적으로 끌어당기게 되는 것이다. 그럼 뒷자리 승객이 다시 당기고, 앞자리 승객은 다시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앞쪽에 커튼이 있다면, 뒤쪽의 접힌 채 대기하는 커튼의 존재도 떠올릴 만한데 말이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잠깐만 멈추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넉넉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목격한다.

2018-11-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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