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쩌다 전통/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쩌다 전통/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8-06-07 23:52
수정 2018-06-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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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이나 곰탕, 갈비탕은 당연히 전통 음식이다. 그런데 그런 이름과 조리법으로 정착된 것은 20세기 이후라고 한다. 그러니 역사는 길어야 100년 안팎에 그친다. 전통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 음악 문화를 대표하는 형식의 하나인 산조도 엄청나게 오랜 역사를 자랑할 것 같지만, 가야금산조를 시작으로 그 틀이 완성된 것은 실상 100년이 조금 넘었거나 하는 정도다.

그런데 삼베 수의가 일제강점기 시작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최근 나왔다. ‘죄인의 수의’였던 것을 일제가 모든 망자(亡者)에게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삼베 수의를 입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생 죄를 많이 지었으니까….

전통은 오래전부터 물려받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생각한다. 설렁탕이나 산조처럼 오래되지 않은 것도 많고, 심지어 오도(誤導)된 전통도 삼베 수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옛날 알던 것’을 무기로 내 말만 고집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dcsuh@seoul.co.kr
2018-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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