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고개를 들어 보면 어김없이 ‘세상에 이렇게 별이 많았던가’ 하고 감탄하게 된다. 하긴 서울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볼 일도 없지만, 그런다 한들 띄엄띄엄 그것도 고장 난 형광등이 점멸하듯 보였다 말다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자리에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은 하늘의 별에 그치지 않는다. 아침 출근길, 옛날에는 ‘국제극장 앞’이라고 부르던 ‘동화면세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동아일보 쪽으로 광화문 사거리 큰길을 건넌다. 횡단보도 녹색 신호가 몇 초 남지 않았을 때도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중간의 ‘교통섬’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미있다. 광화문과 북악산이 빚어내는 경치 때문이다. 거기 광화문이 있고, 거기 북악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시내의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북악산 정상 부근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지난달 아스팔트에 차가운 봄비가 내릴 때도 산꼭대기는 눈이 내려 하?다. ‘도심의 섬’에 갇히는 재미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그 자리에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은 하늘의 별에 그치지 않는다. 아침 출근길, 옛날에는 ‘국제극장 앞’이라고 부르던 ‘동화면세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동아일보 쪽으로 광화문 사거리 큰길을 건넌다. 횡단보도 녹색 신호가 몇 초 남지 않았을 때도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중간의 ‘교통섬’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미있다. 광화문과 북악산이 빚어내는 경치 때문이다. 거기 광화문이 있고, 거기 북악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시내의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북악산 정상 부근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지난달 아스팔트에 차가운 봄비가 내릴 때도 산꼭대기는 눈이 내려 하?다. ‘도심의 섬’에 갇히는 재미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8-04-18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