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는데, 뭐든 잘 버리지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집도, 사무실 책상 주위도 책과 자료투성이다. 옷도 마찬가지. 어떤 건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으면서 철따라 장속에 넣었다 내놓았다를 반복한다. 놔두면 언젠가 읽고, 입고, 요긴하게 쓸 데가 있을 거라고, 버리고 나면 다시 찾다 없어 또 사게 된다며 계속 무져놓기 일쑤다. 그런데 경험칙상 3~4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그 뒤에는 더더욱 입지 않는다. 책은 조금 다르지만.
이사를 가거나, 인사가 나 부서를 옮길 때라야 어쩔 수 없이 물건들을 버리게 된다. 몇 년씩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건까지 꺼내 버리다 보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추억과 함께 불쑥 튀어나와 횡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그건 덤이다. 정리 정돈된 주위를 보면서 빈 공간의 여유를 즐겨 본다. 다시 하나씩 채워 가는 재미도.
나이 들수록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집착도 집착이려니와 변화가 주저되기 때문은 아닐까. 새것을 잡으려면 양손에 움켜쥔 것을 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시작이 반인데 어디 한번.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이사를 가거나, 인사가 나 부서를 옮길 때라야 어쩔 수 없이 물건들을 버리게 된다. 몇 년씩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건까지 꺼내 버리다 보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추억과 함께 불쑥 튀어나와 횡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그건 덤이다. 정리 정돈된 주위를 보면서 빈 공간의 여유를 즐겨 본다. 다시 하나씩 채워 가는 재미도.
나이 들수록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집착도 집착이려니와 변화가 주저되기 때문은 아닐까. 새것을 잡으려면 양손에 움켜쥔 것을 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시작이 반인데 어디 한번.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2017-11-1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