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무소식/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무소식/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7-11-10 22:34
수정 2017-11-10 22: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아니 그동안 어찌 연락이 없었어?”

흔히 전화로 오가는 말 중 하나다. 한데 곰곰이 따져 보면 참 어이없는 말이다. 연락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던가? 자기가 하면 안 되나? 휴대전화를 24시간 손에 달고 사는 세상인데…. 반가운 마음에 하는 소리겠으나 좁은 소견에 살짝 빈정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더 곰곰이 따져 보자. 정말 연락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오지랖이 넓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안부 묻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겠으나 어느 쪽이든 전화를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대개 정해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저녁 먹는 내내 전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얘기를 나누다 아는 사람 이름이 나오면 곧바로 전화 버튼을 눌렀다. 얼추 꼽아 보니 두 시간 동안 후배는 7명, 난 덩달아 5명과 통화했다. 개중엔 10년 남짓 만에 통화한 이도 있다.

가까울수록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착각하며 산다. 정말 어이없어해야 할 건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는 타박이 아니라 이 근거 없는 태만이다.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다.

jade@seoul.co.kr
2017-11-11 23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