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속초 유감/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속초 유감/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7-10-18 23:16
수정 2017-10-1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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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곳들의 공통점 하나는 ‘갈 수 없진 않지만 쉽게 가기엔 적당히 먼 곳’이 아닐까 싶다. 필자 눈으로 보면 서울 인생들에겐 속초가 딱 그런 곳이다. ‘속초 가고 싶다’는 말은 ‘떠나고 싶다’의 이웃말쯤 된다. 한데 이 ‘가고 싶은 속초’가 달라졌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뻥 뚫리면서 그만 ‘가기 쉬운 속초’가 됐다. 다시 말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속초’가 됐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에 찾은 속초는 틀리는 법 없는 불길한 예감의 초정확성을 여실히 보여 줬다. 어느 한구석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닷가 도시에 웬 닭강정인지 곡절은 모르겠으나 아무튼 무슨 닭강정집을 비롯해 맛집이라는 맛집 앞엔 죄다 수십m씩 줄이 늘어섰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관광’은 없고 ‘수산’은 서울 물가를 조롱하듯 턱없이 비쌌다. 밀려드는 손님을 주체 못하는 상인들의 달뜬 눈빛은 돈벼락이라도 맞은 양 마구 흔들렸다. 고속도로를 피해 화천, 양구, 인제를 넘은 ‘속초 가는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정작 속초는 그러하지 못했다. 가기 쉬운 속초가 가고 싶은 속초를 밀어내고 있다.

jade@seoul.co.kr
2017-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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