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볼까 봐 야생화는 봄 햇살 속에 숨어서 몰래 꽃을 피운다. 푸른 듯 붉고 붉은 듯 푸른 야생화의 색깔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차디찬 빙설(氷雪)을 견뎌 내고 한 떨기 꽃을 피운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오기일까.
요란하지도 않고 아우성치지도 않는다. 출가를 앞둔 수줍은 색시처럼 야생화는 웃음만 살폿하다. 의미를 알아주어서 꽃이 되는 게 아니라 알아주지 않아도 이미 꽃이다. 그런 겸손함과 자존심을 몰라주는 우리는 교만한 장미만을 꽃이라 부른다.
남도의 봄길에서 만난 야생화는 너무 순결해 보여서 도리어 서글펐다. 좀 오래 버텨도 좋으련만 흰 속살을 아쉽게 내보여 주곤 금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야생화.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그 야생화.
흩뿌리는 빗속에서 봄꽃 잎이 휘날린다. 이름 없는 지천의 들꽃들이 이리저리 휩쓸린다. 곧 폭풍우 치는 계절이 닥칠 것이다. 게으른 무지렁이에겐 너무 짧았던 봄날은 벌써 가고 눈물 머금듯 이슬 품은 야생화도 지고 있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너만큼 고울까, 그래서 슬퍼할 것은 없다.
손성진 논설실장
요란하지도 않고 아우성치지도 않는다. 출가를 앞둔 수줍은 색시처럼 야생화는 웃음만 살폿하다. 의미를 알아주어서 꽃이 되는 게 아니라 알아주지 않아도 이미 꽃이다. 그런 겸손함과 자존심을 몰라주는 우리는 교만한 장미만을 꽃이라 부른다.
남도의 봄길에서 만난 야생화는 너무 순결해 보여서 도리어 서글펐다. 좀 오래 버텨도 좋으련만 흰 속살을 아쉽게 내보여 주곤 금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야생화.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그 야생화.
흩뿌리는 빗속에서 봄꽃 잎이 휘날린다. 이름 없는 지천의 들꽃들이 이리저리 휩쓸린다. 곧 폭풍우 치는 계절이 닥칠 것이다. 게으른 무지렁이에겐 너무 짧았던 봄날은 벌써 가고 눈물 머금듯 이슬 품은 야생화도 지고 있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너만큼 고울까, 그래서 슬퍼할 것은 없다.
손성진 논설실장
2017-05-0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