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남쪽 바다/손성진 논설실장

[길섶에서] 남쪽 바다/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입력 2017-05-05 20:58
수정 2017-05-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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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노산 이은상의 ‘가고파’에 나오는 남쪽 바다. 그 남쪽 바다를 곁에 두고 걸어본 게 몇 년 만이런가. 남쪽이란 말이 방향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남빛 쪽빛을 합쳐 놓은 걸까, 남쪽빛 바닷물은 적도의 태평양처럼 맑았다.

저렇게 푸른 만큼 바다의 영혼은 맑고 저렇게 깊은 만큼 바다의 품은 푸근하며 저렇게 넓은 만큼 바다의 마음은 인자하다. 지치고 막막하고 외로울 때면 저 바다로 달려가서 위로를 받는 것도 좋으련만 그만한 여유도 없이 우리는 전쟁하듯 하루를 살고 있다.

더러는 모진 억겁의 풍설(風雪)에 깎여 나간 저 갯바위의 연유를 생각해 보며 살 일이다. 더러는 바다를 불태울 듯 이편 지구의 마지막 시간을 아쉬워하며 가라앉는 저 일몰의 환상에 빠져 보며 살 일이다.

세상의 모든 슬픔과 그리움은 비에 씻기고 강물에 실려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는 말없이 받아 준다. 온갖 번뇌를 한몸에 떠안고는 바다는 오늘도 철썩철썩 울음을 운다.

손성진 논설실장
2017-05-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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