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목련/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목련/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3-15 22:34
수정 2017-03-16 00: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했다. 그래도 봄은 왔다. 아파트 담장 옆 나무에 꼬마전구 같은 봉오리가 다닥다닥 달렸다. 조그맣고 솜털에 싸인 꽃망울이다.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목련이다. 버들강아지처럼 여리디여리다. 겨울을 헤치고 나온 자기 존재를, 제철임을 알리려고 꼼지락거리는 듯하다.

계절에 무심한 지 오래다. 덥다 싶으면 여름, 선선하면 가을, 추워지면 겨울, 햇볕이 그리우면 봄이었다. 쳇바퀴 도는 서울 살이, 출근길엔 바빠서 잰걸음 하느라, 퇴근길엔 어두워서 못 봤다. 비집고 나온 꽃망울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제법 피어야 비로소 알아봤다.

꽃망울이 하루하루가 다르다. 영글듯 부풀어 올랐다. 깊이 간직해 놓은 새하얀 꽃을 틔우기 위한 채비다. 머지않아 향긋한 봄 내음을 안고 하늘을 향해 자태를 드러낼 것 같다. 목련은 깨끗하다. 고고할 정도다. 볼 때마다 맘이 편하다. 누군가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을 노래했지만, 당장 떠오르는 이가 없으면 어떤가. 목련 꽃망울이 눈에 들어온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7-03-16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