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잔 술/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한잔 술/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1-15 22:58
수정 201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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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무얼 하고 계세요?” “술을 마시고 있단다.” “왜 술을 드세요?” “잊어버릴 일이 있어서란다.” “무얼 잊고 싶으세요?” “부끄러움을 ~”, “뭐가 부끄러우세요?” “술 마시는 게 부끄럽단다.”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어’란 생각을 하며….(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오늘도 어둠이 골목을 서성일 무렵, 허름한 선술집에서 한잔 술로 찌든 하루를 씻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을 게다. 피곤함에 한잔, 분위기에 한잔…. 우리나라 성인 남성 열에 여덟이 술을 마신다고 하던가?

그런데 2홉들이 소주 한 병에 5000원을 받는 식당이 부쩍 늘었단다. 그럼 한 잔에 600원이란 소리 아닌가? 주당들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하기야 출고 가격 핑계대고 한꺼번에 1000원 이상 올려 버렸으니. 이제 웬만하면 ‘혼술’ ‘집술’ 해야겠다고 아우성이다. 술 못 마시는 젊은 직장인들도 맘이 편치 않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리라. 술잔 몰래 쏟으려다 꼬리 잡히면 600원을 그냥 버리느냐는 상사 눈꼬리가 더 올라갈 테니. 담배 한 값 4500원, 소주 한 병에 5000원인 세상. 직장인들의 요사이 한잔 술 안주는 소주 값이 아닐까. 팍팍함에 대한 넋두리와 함께.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7-0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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