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바이칼호는 지구상에서 가장 이채로운 담수 동물상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이 1080여 종, 동물은 1550여 종인데 이 중 80%가 이곳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다. 지난달 시베리아 동남쪽 바이칼 여행 중에 연안의 작은 마을 리스트비얀카의 생태박물관에 들렀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민물에 사는 물개인 네르파(바이칼물범) 두 마리가 대형 수조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재롱을 떤다. 복어처럼 배가 불룩 나와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온다. 수족관에는 연어의 일종인 ‘오물’, 투명한 물고기 ‘갈라만카나’, 바다의 청소부로 불리는 민물 새우 ‘에피슈라’ 등 바이칼 고유종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냈다.
작은 유람선으로 바이칼호를 둘러보는데 식탁에 ‘오물회’가 나왔다. 이곳에서만 잡힌다는 말에 호기심에서 몇 점을 맛보았다. 양파와 섞어 무쳐낸 것인데 훈제한 듯 약간 숙성된 것이었다. 나중에 ‘오물’을 검색해 보니 바이칼호의 ‘멸종위기’ 어종이었다. 생선 이름이 하필이면 ‘오물’인가 하면서 기분이 야릇했는데, 괜한 시식으로 생태를 깨뜨린 것 같아 ‘오물회’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민물에 사는 물개인 네르파(바이칼물범) 두 마리가 대형 수조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재롱을 떤다. 복어처럼 배가 불룩 나와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온다. 수족관에는 연어의 일종인 ‘오물’, 투명한 물고기 ‘갈라만카나’, 바다의 청소부로 불리는 민물 새우 ‘에피슈라’ 등 바이칼 고유종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냈다.
작은 유람선으로 바이칼호를 둘러보는데 식탁에 ‘오물회’가 나왔다. 이곳에서만 잡힌다는 말에 호기심에서 몇 점을 맛보았다. 양파와 섞어 무쳐낸 것인데 훈제한 듯 약간 숙성된 것이었다. 나중에 ‘오물’을 검색해 보니 바이칼호의 ‘멸종위기’ 어종이었다. 생선 이름이 하필이면 ‘오물’인가 하면서 기분이 야릇했는데, 괜한 시식으로 생태를 깨뜨린 것 같아 ‘오물회’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9-0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