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입력 2017-01-31 22:36
수정 2017-02-0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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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한 정책홍보 문건을 통해 북한, 이란과 같이 미사일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를 억제하기 위해 첨단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긍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던 2016년 9월쯤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향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일본과 호주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일본은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돼 있고, 2016년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합의를 궁극적으로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적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억제를 위해 미국, 일본, 한국과 함께 통합된 영공 및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동맹들 간 연계를 추진함에 있어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주요한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추진해 왔으나 한·일 간 역사적 구원(舊怨) 등으로 인해 정체돼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 할수록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 것이고, 미국은 이를 매개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더해 중국의 군사력이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면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군사행동을 억제·방어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의 외연을 호주까지 넓히려 할 것이다.

이미 미·호(美濠) 동맹과 미·일 동맹은 삼국이 정기적으로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정도로 밀접히 연계돼 있고, 이를 통해 일본과 호주의 안보협력 관계는 ‘준동맹’(quasi-alliance) 관계로까지 증진돼 있다. 만약 미사일방어 협력을 매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본격적으로 구동되고 기존의 미·일·호 안보협력과 연동된다면, 미국의 아·태 지역 동맹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물론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중국 봉쇄로 인식하고 강력히 반대한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대립이 심화되면 될수록 미국의 동맹국들이 한층 더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다. 그러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비롯한 미국의 아·태 지역 안보정책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어느 정도 협조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기회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안보협력을 더욱더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위상 권력’(positional power)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공동의 안보정책을 협의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율해 나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 호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 간 안보협력이 비전통안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안보의 영역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2017-02-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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