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노인연령 상향을 위한 조건/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In&Out] 노인연령 상향을 위한 조건/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입력 2017-01-03 23:04
수정 2017-01-0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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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2065년에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무려 42.5%로 세계 1위란다. 거의 한 명의 생산인구가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이다. 과연 이러한 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이 암울한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방안의 하나가 노인 연령의 상향이다. 앞의 수치는 65세 이상이면 노인으로, 즉 노동시장에서 은퇴해 부양을 받는 사람으로 간주한 결과다. 이는 1950년대에 유엔이 정한 기준인데 이후 인간 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1970년에 62세였으나 2015년에 82세이고 2065년에는 90세에 이를 전망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인 연령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하다. 실제 여러 조사를 보면 노인 대다수가 노인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한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가 노인 연령 상향을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방향 자체에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노인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바꾸지 않고 연령만 올리는 건 노인 수치만 조정하는 기술적 변화에 그칠 뿐이다. 현재 노인 비중은 12.8%이며, 노인의 절반가량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법적·제도적 노인 연령이 상향조정돼 기존의 ‘노인’ 범주에 있었던 이들이 복지 혜택을 못 받게 된다면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 노인연령이 높아지면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의 적용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도 상향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노인 연령을 올리되 순기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무엇보다 노인 일자리와 노인 복지 대책을 손봐야 한다.

우선 일자리를 보자. 노인 연령 상향으로 은퇴 이후 국가복지를 받기까지 ‘시차’(소득 크레바스)가 커지는 건 곤란하다. 이에 65세가 넘어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노인 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경쟁에 노출되는 경성 일자리와 지역사회에서 협동에 기반하는 연성 일자리로 구분될 수 있다. 경성 일자리는 일정한 노동능력을 가진 노인에 해당된다.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계속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 기업,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절실하다.

연성 일자리는 지역공동체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일자리이다. 마을 문화시설의 운영, 세대별 대화가 오가는 프로그램 주관, 노인 서로 돌봄, 마을 관리 자원봉사 등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 개발이 요청된다. 노후가 이모작의 시작이기에 이에 적합한 시니어 재교육 프로그램도 체계화돼야 한다. 근래 도시 지역에서 진행되는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이러한 발전에 기대를 가지게 한다.

노인복지체계도 보완돼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기초연금은 노인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므로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은 현행 65세를 유지하고 금액은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인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지는 의료와 주거이다. 의료비의 경우 서구 복지국가처럼 ‘백만원 상한제’가 요청된다. 의료적 진료라면 비급여까지 포함해 1인당 1년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묶으면 병원비 때문에 노후자산이 타격받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또한 노인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노인의료를 체계화하고 연명치료 대신 존엄사 문화를 안착시켜 가야 한다. 현금 소득이 적은 노후 기간에 주거안정도 중요하다. 노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노인이 공동체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주거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모두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더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노인 연령 상향이 불가피하다면 이것을 구현하기 위한 조건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의가 공전만 거듭하고 상황은 계속 방치될까 우려된다. 진영을 떠나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바란다.
2017-01-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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