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주거 사각지대에 희망 비출 ‘가구주택기초조사’

[공직자의 창] 주거 사각지대에 희망 비출 ‘가구주택기초조사’

입력 2024-08-12 23:44
수정 2024-08-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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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패러디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아들이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웠다”고 말하자 심슨은 아들에게 “올해가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올해 폭염과 겹쳐 섬뜩하기까지 하다. 특보가 연일 이어지고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도 선수들이 무더위로 힘들어했다. 사람까지 쓰러뜨리는 폭염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과 집중호우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특히 반지하, 옥탑방이라는 주거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장 집중된다. 여름철이면 온종일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옥탑방은 냉방기구가 없으면 속수무책이다. 집중호우가 시작되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침수 피해에 두려움을 호소한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유형의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겨울보다 여름이 더 지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올여름에도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정부에서는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폭염 취약 가구와 시설에 냉방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전기요금도 감면해 준다.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주택 가구에는 침수 방지시설 설치도 지원한다. 일시적인 지원책에만 머무르지 않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지역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철거와 신축을 통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주거취약계층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반지하 거주자를 지상층 임대주택으로 이전시키는 반지하 주택 소멸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지하 및 옥탑방과 관련된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2만 7000가구가 반지하 집에 살고, 그중 60%가 넘는 20만 1000가구가 서울에 있다. 그런데 인구주택총조사 통계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0% 수준인 표본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결과’로, 시군구 단위까지만 작성한다. 관할 지역 구석구석에 있는 반지하와 옥탑방 등 주거취약시설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지자체는 여름이 되면 통계청에 읍면동 단위까지 옥탑방과 반지하의 현황 자료를 요청하지만 시군구 단위의 표본조사만을 가지고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통계청은 오는 11월 ‘2024 가구주택기초조사’에서 반지하와 옥탑방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가구주택기초조사는 전국 주거시설과 가구 기초정보를 파악하는 조사로, 인구주택총조사 실시 직전 연도에 5년 주기로 실시된다. 조사 대상과 규모는 빈집을 포함한 모든 주거 공간과 약 1600만 가구에 이르는 전체 가구다. 2019년 옥탑방이 조사에 포함된 이후 지하와 반지하까지 조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사람들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지붕부터 그린다. 하지만 목수들은 다르다. 주춧돌부터 시작해 마당, 기둥, 문짝을 그린 뒤 나중에 지붕을 그린다. 집을 짓는 순서대로 그리는 것이기도 하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체화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는 정부 정책을 위한 튼튼한 주춧돌에 비유할 수 있다. 올해 가구주택기초조사에서 작성된 반지하와 옥탑방 등 취약 주거지역 통계 결과가 읍면동 구석까지 닿아 반지하를 소멸시키고 주거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에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형일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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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통계청장
이형일 통계청장
2024-08-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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