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과학기술이 발달된 요즘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도 일상에서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한다. 머리카락에 든 정보로 식습관이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진으로 속도위반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축적된 정보나 데이터는 어딘가에 담겨 우리가 무엇을 했고 어디를 갔는지 등 수많은 정보를 알려 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해 누가 언제 어디서 마약류를 오남용하고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찾아내고 국민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수를 채취해 소변으로 배출된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기술로 국민 생활 속에 얼마나 많은 마약류가 확산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지난해 전국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을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 등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 이 결과를 마약 차단뿐만 아니라 단속 대상 물질과 지역을 선정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또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의 생산과 유통·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의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6억 5000만개 이상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식약처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의사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도록 하거나 필요시 처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수사기관에 의뢰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도 이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올해는 오남용 의심 사례 등을 더 신속히 분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마약류 처방 시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동일 마약류 등을 처방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료쇼핑 방지망’이나 환자 스스로 마약류 처방 기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투약 이력 조회’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주인공들은 결국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지만 그 역시 죽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누군가 주인공의 욕실 유리창에 쓴 메시지를 보여 주며 영화는 끝난다. ‘나는 여전히 알고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10대 학생의 마약 투여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며 마약 실태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식약처는 빅데이터와 고도의 분석기술 등을 활용해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안전혁신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빅데이터와 하수는 누가 얼마나 마약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답을 여전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2023-03-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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