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진 전기위원회 위원장·한국공학대학 교수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 수요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수요 관리 노력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균형을 가져올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경제활동에 투입된 에너지양에 대한 산출의 비율로 정의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경제활동은 동일한 산출을 얻기 위해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이 낮다. 독일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도 에너지 소비는 줄어드는 탈동조화를 이루고 있는 반면` 우리는 GDP와 에너지 소비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 지표인 최종에너지 원단위는 독일의 1.58배, 일본의 1.62배에 달한다. 이는 똑같은 1달러의 GDP를 창출하기 위해 이들 국가보다 약 1.5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 목표관리제, 기기 효율 관리제, 평균 연비제 등 다양한 시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나 성과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에너지 가격 기능 미작동과 체계적인 에너지 효율 투자 지원 미흡을 꼽을 수 있다.
이제 에너지 가격 체계를 합리화하고 시장기능을 활용한 적극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추진해야 한다. 산업 부문은 생산공정 효율화로 에너지 비용 절감 잠재량이 크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에너지 효율 투자가 요구되며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의 체계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반 가정과 건물, 수송 부문에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체계가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수요 감축과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 고유가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전략이다.
2022-08-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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