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권력도 교류 혁명과 같은 전환이 필요하다. 권력은 위(중앙)에서 아래(지방)로 흘러야 한다는 믿음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권력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올해부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장관과 시도지사가 서로 협의하게 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에 편승해 지방 차원에서도 시도지사의 직급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장은 올 4월 대통령 당선인에게 차관급인 시도지사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올려 줄 것을 건의했고, 경북도지사도 비공식 자리에서 시도지사는 왜 차관급이냐고 반문했다.
사실 시도지사의 직급에 대한 공식적 규정은 없다. 차관과 같은 보수를 받고 있어 차관급으로 인정되고, 서울시장만이 장관급의 대접을 받는다. 시도지사가 차관급인 이유는 부시장·부지사보다 한 단계 높은 보수를 받도록 한 공무원 보수 규정(대통령령)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시도의 부단체장이 1급이니 시도지사는 차관급이고, 서울시의 부시장이 차관급이니 서울시장은 장관급인 것이다.
이런 규정이 생긴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우선 중앙집권제의 유산과 관성 탓일 것이다. 중앙집권제는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장관이 직업관료를 통해 지방을 통제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구조다. ‘중앙은 높고 지방이 낮다’는 논리에 따른 중앙집권제하에서 시도지사의 직급은 장관보다 낮아야 했다. 중앙의 관점에서 직급은 곧 권력이고 통치를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지방 권력에 대한 불안 심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이동하면 국가통치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다분했다.
21세기는 지방분권 시대다. ‘중앙 지시 지방 복종’의 일방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의하는 쌍방관계를 통해 집단지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중앙이 계급이나 직급의 힘에 기대어 지시하고 명령해서는 지지와 성과를 얻기 어렵다. 선출직 시도지사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 지역의 지도자일 때 창의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도지사의 직급 족쇄를 풀어야 한다. 영국과 일본은 지자체의 조례로 자치단체장의 보수를 정하고 있고, 프랑스는 지자체의 인구와 재정 여건에 따라 상·하한선을 두고 있다. 우리도 시도지사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올리거나 지자체 스스로 조례로서 정하게 해야 한다.
2022-07-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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