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환부문 탄소중립, 전력시장 정상화가 선행돼야/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기고] 전환부문 탄소중립, 전력시장 정상화가 선행돼야/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입력 2021-09-27 17:30
수정 2021-09-2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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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교수협 공동대표
지난 8월 31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지만, 급격한 목표 상향은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가져다준다. 특히 전력산업계가 겪을 혼란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환부문은 이번 목표 상향으로 한층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전환부문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자발적 석탄발전 상한제를 통해 석탄발전량을 줄이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 왔다. 문제는 석탄발전소를 보유한 발전 공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발전 공기업들이 올해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공급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면 그 비용은 전력시장을 통해 회수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비용들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발전 공기업과 한전의 부채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의 커다란 한 축인 전환부문에서 경영여건 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향한 장거리 레이스는 완주되기 어려울 것이다.

전환부문에 대한 적정 보상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 비용을 충당하게 하려면 결국 소매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추가 비용은 시장 원리에 따라 도매시장을 거쳐 소매시장에 반영돼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현재 전기요금은 가격 시그널 기능이 부족하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시국에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소매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다. 시장 왜곡 현상이 지금처럼 지속돼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전력 공급자에게 ‘독박’ 씌우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탄소중립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장밋빛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 에너지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정합성을 확보하면서 어느 한 부문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공정한 부담과 책임이 부여되도록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은 정책 수단 또한 지속가능하게 추진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21-09-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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