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장
가계부채는 주택자금이나 생활자금 등 적절하게 사용하면 자산증식이나 자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계와 국가경제에 모두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구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85%로 매우 높다.
특히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 가계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다른 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자산을 매개로 한 부채 비중이 현격히 낮기 때문에 외부적인 충격에도 매우 취약하다. 이들 저소득층은 자금을 조달하는 자금원의 은행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자금 조달이 쉬운 상호금융기관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이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면서, 저소득층은 더욱 엄격하게 심사를 했기 때문인데, 기준금리가 인하됐어도 이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아예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래서 신용대출의 절반가량을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체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른 분위에 비해 매우 높아 부채 부담 또한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이중고’다.
소득1분위 가구의 한계가구 비중도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이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부실은 다른 분위 계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서민들은 이미 주거비, 통신비, 교육비, 대출이자 등으로 상당한 가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우리 서민들이 건전한 경제 참여자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부채에 대한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간의 부조화 등을 비롯해 부채 조달과 관리, 부실 채무 정리 등 피부로 와닿고 실제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인 세심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가 가계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12-04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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