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 밝히는 최상목 부총리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 감액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단독 통과시킨 내년도 감액예산안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야당 단독의 감액 예산안 예결위 통과도, 장관들의 집단 반발도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인데 거대 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정쟁에만 몰두하고 우리 기업에 절실한 총알을 못 주겠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 처음 보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깎은 예산은 미운털이 박힌 권력·사정기관의 것만이 아니다.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 출연연구기관과 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예산도 뭉텅 잘려 나갔다. 주요 핵심 산업기술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더 늘려도 시원찮을 항목들이다. 청년도약계좌, 저소득 아동 자산형성 등 사회이동성 개선을 위한 사업 예산도 무차별 깎였다. 그래 놓고 국회의 특별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그대로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감액 예산안의 목표가 오로지 국정 발목 잡기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170석 거야가 예산을 정략의 도구로 휘두르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이러면서 수권 정당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산 처리 법정시한인 어제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예산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야말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먹사니즘’의 근본이다. 정부·여당도 야당의 사과만 요구하며 버틸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된 민생 예산,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예산 등을 서둘러 반영해야 한다. 민주당의 먹사니즘이 진심인지 증명하길 바란다.
2024-12-03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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