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흑연… 공급망 ‘脫중국’, 말로 될 일 아니다

[사설] 이번엔 흑연… 공급망 ‘脫중국’, 말로 될 일 아니다

입력 2023-10-23 02:09
수정 2023-10-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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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오는 12월 1일부터 이차전지 핵심원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에 따라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 관련 기업들의 주력 제품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경북 포항의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연합뉴스
중국이 오는 12월 1일부터 이차전지 핵심원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에 따라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 관련 기업들의 주력 제품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경북 포항의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연합뉴스
오는 12월 1일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는 끝나지 않은 ‘자원 무기화’ 경쟁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운다. 이 발표는 미국이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한 지 얼마 안 돼 나왔다. 다분히 맞대응 성격이 짙다. 흑연 수출을 금지하는 건 아니고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라지만 흑연이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는 큰 짐을 안게 됐다.

이번에 통제 대상에 오른 품목은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흑연 재료와 제품이다.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통관이 지연되거나 수출이 안 될 수 있다. 두 달 전 중국이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을 통제했을 때도 첫 달에는 수출량이 제로였다. 정부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한두 달치 흑연 재고분을 갖고 있어 그사이에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천연흑연의 98%, 인조흑연의 94%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값싼 중국산 유혹을 좀체 떨치지 못했다. 일이 터지고서야 허둥지둥 대체선을 찾아나서는 풍경이 또 재현된 것이다. 재작년 요소수 파동이 터졌을 때 얼마나 “탈(脫)중국”을 외쳤었는가. 하지만 지난해 리튬·흑연 등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는 5년 전보다 되레 높아졌다.

자원 무기화 경쟁 격화로 언제 어떤 나라가 어떤 ‘무기’를 들고나올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최근 ‘설탕플레이션’을 촉발한 인도의 설탕 수출 통제도 이면에는 바이오연료 산업 육성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역시 갈륨과 흑연에서 그치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더라도 한국의 국내총생산이 4%가량 감소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뿐이 아닌 공급망 다변화의 실행이 절실하다.
2023-10-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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