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기가 쓸 사람도 못 챙기는 게 ‘책임총리‘인가

[사설] 자기가 쓸 사람도 못 챙기는 게 ‘책임총리‘인가

입력 2022-05-29 20:40
수정 2022-05-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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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여당의 계속된 반대에 고사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윤 은행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비대면 전국 영업점장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여당의 계속된 반대에 고사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윤 은행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비대면 전국 영업점장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의 추천으로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내정을 고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이력을 문제 삼아 국민의힘이 반대하자 윤 내정자는 “새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는 입장을 지난 28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되돌려 주겠다고 한 약속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윤 행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고,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거쳤다. 이런 이력 등을 고려해 한 총리가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국조실장은 총리를 보좌하며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다. 총리의 추천권이 가장 보장돼야 하는 직책이다. 여당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조실장 추천마저 총리가 소신대로 못 하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윤 행장 내정이 무산되면서 여당이 앞으로도 주요 인사에 제동을 거는 등 당정 엇박자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당이 과거처럼 무조건 대통령실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대통령이나 총리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뒤집는 게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윤 행장이 문재인 정권 때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홍장표 전 수석 후임으로 임명돼 탈원전, 부동산 정책까지 총괄한 전력은 있다. 이들 ‘소주성’ 등 일련의 정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점을 감안하면 ‘능력’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적임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 정부 요직을 맡았다는 이유 만으로 새 정부 인사에서 배제되어서는 곤란하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에 맞지 않고 협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2022-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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