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주택 팔라”는 靑 경고, 공직자에게 안 먹혔다

[사설] “다주택 팔라”는 靑 경고, 공직자에게 안 먹혔다

입력 2022-03-31 20:30
수정 2022-04-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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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공개. 연합뉴스
공직자 재산공개.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내내 보유세를 올리며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도 6명 중 1명이 여전히 두 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중앙부처 재산 공개 대상자 817명 중 139명(17%)이 본인이나 배우자 이름으로 두 채 이상의 아파트·주택·다세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주택을 팔라”고 공직자들에게 종용했지만 다주택자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을 보면 청와대의 지침이 공직자들에게조차 먹히지 않은 셈이다.

장관 중에서 유일하게 2주택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스웨덴 말뫼와 부산 수영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택수 한국도로공사 상임감사위원은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오피스텔을 무려 16채나 보유하고 있었다. 청와대에선 이태한 사회수석이 2주택자였고, 총리실에선 장상윤 사회조정실장이 3주택자였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상당수 공직자가 눈치만 보고 매각을 꺼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주택자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 ‘버티기’에 성공한 고위공직자들이 최종 승리자가 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평균 16억원으로, 1년 사이 83%가 재산이 늘었다. 부동산과 주가가 오른 영향 때문이지만, 코로나로 도산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득과 재산이 크게 줄어든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2022-04-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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