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말문을 막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처사에 말문이 막힌다. 명색이 더불어민주당인데 무엇이 ‘더불어’이고, 무엇이 ‘민주’인가. 대선을 앞둔 당 지도부의 고충은 이해된다.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이낙연 두 후보 지지자들의 갈등이 아물기는커녕 외려 커지면서 이재명 후보로의 당력 결집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조바심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갈등을 걱정하는 마음과 이를 빌미로 아예 말문을 틀어막은 행동은 같은 무게로 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게시판 폐쇄는 당내 갈등보다는 ‘이재명 비판’, 즉 내부 총질을 막으려는 뜻이 강하다 하겠다.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전제주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배출한 문재인 대통령은 친문 세력의 집단 댓글 공세를 ‘경쟁을 흥미롭게 해 주는 양념’이라고 한 바 있다. ‘박근혜 누드화’, ‘쥴리벽화’ 같은 인신공격적 사안 앞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던 민주당이다. 그런 이들이 당 지도부의 친위대 역할을 했던 당원 게시판이 후보와 대표를 공격하는 무대가 돼 버리자 폐쇄 조치라는 반민주적 카드를 서슴 없이 꺼내 들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새해부터 게시판을 실명제로 운영하겠다는데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어떻게 비틀어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보다 국민들의 지탄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게시판을 폐쇄한 그 대담성이 놀랍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가 이런 뜻인 건가.
2021-1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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