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의 ‘정무적 판단‘과 거짓말, 사법부의 추락

[사설] 대법원장의 ‘정무적 판단‘과 거짓말, 사법부의 추락

입력 2021-02-04 20:44
수정 2021-02-05 01: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받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한 녹취록이 어제 공개됐다. 김 대법원장은 그 전날까지만 해도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다. 또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이른바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법원장은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며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사과했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사법정의를 세워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거짓말까지 했다니, 참담하고 개탄스럽다. 청와대와 짬짜미했던 ‘양승태 사법부’와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공개한 행위도 충격적이다. 국회는 어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소추다. 어제는 사법부가 추락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3년여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태를 처리하는 방식에 심히 회의적이었는데, 거짓말까지 탄로난 상황에서 임명 당시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던 판단과 평가가 어디에 근거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1-02-0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