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배·술값 인상, 국민건강 명분으로 편법 증세 안된다

[사설] 담배·술값 인상, 국민건강 명분으로 편법 증세 안된다

입력 2021-01-29 13:58
수정 2021-01-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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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최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담배와 술의 가격 인상 방안을 적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담배에 부과되고 있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해 담배 한 갑당 가격을 4500원에서 80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술에도 이 부담금을 적용할 계획이라 술값의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그제 “담배가격 인상과 술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정부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고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다고 진화했지만 뒷만이 개운치 않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서민이 애용하는 술과 담배에 분담금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서민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담배와 술은 서민이 가장 폭넓게 소비하는 기호품이고 값이 오르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가는 탓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풀 곳이 거의 없는 서민의 삶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더불어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 확대 등으로 국고가 어려워지자 서민들이 애용하는 담배값과 술값 인상으로 채우려 한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편법 꼼수 증세’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담배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다“며 담뱃값 인상을 비판했다. 또 “서민 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 말하면서 서민들의 표심을 자극한 기억이 또렷하다.

담뱃값과 술값 인상이 담배와 술의 소비를 줄여 국민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명확한 확증도 없다. 정부가 지난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올리기 직전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30% 이상의 담배 소비량 감소를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후 담배 판매량이 연평균 2~3%의 속도로 감소하는 추세에 그쳤다. 술 가격을 인상해서 술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이미 과거 술값 인상의 명분으로 삼았던만큼 그를 입증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 담배와 술의 가격을 올리려면 흡연률과 음주율이 하락했다는 증거를 정부가 책임지고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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