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발사, 북미 협상 지연 옳은 선택 아니다

[사설] 잇따른 발사, 북미 협상 지연 옳은 선택 아니다

입력 2019-08-25 23:10
수정 2019-08-2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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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4일 동해상으로 두 발의 방사포를 쐈다. 8월 들어서만 다섯 번째,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로는 아홉 번째의 발사다. 북한이 미사일·방사포 발사를 계속하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핵을 포기했을 경우 발생하는 남북 군사력 불균형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대구경 조종방사포, 미국의 전술지대지미사일과 비슷한 지대지탄도미사일 등 최근에 개발한 3개의 신형 무기를 잇따라 시험발사하고 그때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내외에 과시한 이유다.

또한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남한과 대북 제재를 강조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비핵화 실무협의를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지난 23일 담화를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면서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를 끝내고 북미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훈련이 종료됐는데도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고 적대적 언행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최근에 낸 담화들을 보면 대미 협상의 강력한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하지만 협상도 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이나 제재 해제의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사에 대해 약속 위반은 아니라면서도 “좋은 관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한 언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재선에 진전 없는 북미 협상보다 판을 깨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거둬들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2017년 12월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협상을 이 이상 지연시키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2019-08-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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