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서 꼭 처리해 후진적 산재 사망·사고 막아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직원인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여야의 의견 차이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1일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와 고용노동소위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결론을 못 내 환노위는 오늘 다시 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을 손봐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단 12월 국회에서는 여야의 즉각 합의가 가능한 부분만을 개정안에 담아 처리하고, 법 전반에 대한 손질은 내년 2월에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개정안은 위험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처를 해야 할 곳을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히고, ‘위험 기계’를 쓰면 안전보건 조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원청에 지웠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대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 하한형(1년 이상)이 빠졌고, 위험 작업 예외 조항도 신설되는 등 이미 누더기가 됐다. 그런데도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소위에서 손질된 개정안에 대해 “굉장한 과잉 입법”이라며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여전히 도급 제한, 사업주 책임 강화, 작업 중지권 확대 등 노사 간 견해차가 심한 세부 쟁점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비롯, 7개의 패키지 법안인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은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 사망 사고 이후 발의됐지만 2년 동안 국회에서 방치됐다. 이 법안에 대해 재계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규제 법안’이라고 반발해 정부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하한선을 삭제하고 위험 작업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완화한 법안을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산재 사망률이 높다. 2014년부터 5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426명으로 거의 하루에 한 명꼴이다. 올해도 7월까지 1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40%가량이 하청 노동자로 알려졌다. 원청에 책임을 묻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위험의 외주화’가 낳는 비극은 개선되기 쉽지 않다. 여야는 변화된 산업환경을 반영해 28년 만에 낸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가 올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김용균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김씨의 사망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것이다.
2018-1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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