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벤지 포르노’는 인격 살인, 일벌백계로 뿌리뽑기를

[사설] ‘리벤지 포르노’는 인격 살인, 일벌백계로 뿌리뽑기를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8-10-07 22:38
수정 2018-10-0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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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은밀한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에 공분이 끓고 있다. 한 여성 연예인이 전 남자친구에게서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노 여론에 불이 붙었다. 인터넷에는 여성 연예인이 동영상을 배포하지 말아 달라고 남성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이 남성은 “동영상은 여성 쪽에서 먼저 찍자고 했다”며 오히려 자신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볼 일이지만, 남성의 행동과 주장을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사이버 성폭력의 심각성이야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동영상을 협박 도구로 삼는 리벤지 포르노는 피해자에게는 치명적 인격 살인이라는 점에서 더는 묵과할 수 없는 흉악 범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범죄를 처벌해 달라는 요구가 며칠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이 논란은 범죄 자체를 넘어 성 대결 논란으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흉포한 죄질에도 처벌 수위가 일반인들의 법 감정과는 크게 동떨어진 부분도 현실적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이가 피해자라면 이를 피의자가 유포하더라도 성범죄 혐의로 처벌되지 않는다. 이런 솜방망이 법에 기댈 수가 없으니 피해자는 사설 업체를 찾아 영상 삭제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며 심적 고통을 감수하는 게 현실이다.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는 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리벤지 포르노 영상의 재촬영이나 판매, 임대 등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2018-10-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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