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황 방한, 공감과 화해의 大계기 삼자

[사설] 교황 방한, 공감과 화해의 大계기 삼자

입력 2014-08-11 00:00
수정 2014-08-11 01: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교황은 지난 6월만 해도 일정을 잇달아 취소했을 만큼 피로가 누적돼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름 휴가까지 마다하면서 방한 약속을 지키는 그에게 우선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교황은 세계 인구의 17.5%인 12억 2000명 안팎의 신자를 가진 가톨릭의 수장이자 바티칸시국의 수반이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국빈 방문이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諡福) 미사를 집전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 방한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103위 순교자의 시성(諡聖) 미사를 갖기도 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잇따른 경사로, 한국 교회사가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가톨릭 신자는 물론 온 국민이 교황의 방한을 성심껏 맞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소탈한 삶을 몸소 실천하며 ‘낮은 곳’에 손을 내미는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요동치고 있다. 고통받는 이웃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대립의 골을 넓히는 일에만 골몰한다. 치유에 나서야 할 종교인들조차 세속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정치적으로 바티칸의 환경미화원들과 대화를 하는가 하면 무슬림 여성과 장애인들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생일에는 동유럽 출신 노숙자들을 초대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언제나 소외된 이웃을 먼저 챙기는 교황이 방한 기간에도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끝나면 세월호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그리고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도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땅에 전파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화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는 사람들의 편협함을 행동으로 일관되게 비판해 온 교황이다. 광화문 광장의 시복 미사 역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해원(解寃)을 위한 종교적 절차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화해일 것이다. 교황의 방한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감과 화해의 기운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교황의 방한이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도록 국민적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4-08-1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정치 여론조사'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최근 탄핵정국 속 조기 대선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여론조사의 방법과 결과를 놓고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분은 '정치 여론조사'에 대해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절대 안 믿는다.
신뢰도 10~30퍼센트
신뢰도 30~60퍼센트
신뢰도60~90퍼센트
절대 신뢰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