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7급→5급’ 승진 가능… 파격 보상으로 공직사회 확 바꾼다” [최광숙의 Inside]

“1년 만에 ‘7급→5급’ 승진 가능… 파격 보상으로 공직사회 확 바꾼다” [최광숙의 Inside]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3-03-06 02:25
수정 2023-03-06 14: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에게 듣는 정부 개혁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공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이어 ‘정부 개혁’ 추진 의사를 밝혔다. 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과 파격적인 성과주의 도입까지 제시했다. 국정 개혁의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공직사회의 해묵은 문제를 혁신하고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을 지난달 16일 만나 정부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들었다.
이미지 확대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공직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급 추가 지급, 특별승진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공직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급 추가 지급, 특별승진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윤 대통령이 이 시점에 정부 개혁을 들고 나온 배경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미래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정부가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를 움직이는 3대 축은 조직, 예산, 인사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다. 같은 조직, 같은 예산을 투입해도 사람이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유연한 인사시스템’을 거론한 것도 그런 맥락인가.

“인사가 만사다. 적재·적소·적시에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진리이다. 유연한 인사시스템이란 각 부처가 환경 변화 및 국민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각 부처의 특성을 담아내고, 급변하는 환경에 시의성 있게 대응하는 인사 운영에 다소 한계가 있었다.”
이미지 확대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보다 유연한 인사를 위해 올 상반기 제2차 인사자율성 제고 추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보다 유연한 인사를 위해 올 상반기 제2차 인사자율성 제고 추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기자
-유연한 인사 모델로 우주항공청이 거론된다.

“세계 각국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 분야에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외국의 우수 인재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신설하는 우주항공청에 외국인이나 복수 국적자 임용을 허용하고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영입된 민간 전문가 보수는 공직생활 37년째인 내 보수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파격적인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

“그동안 민간 인재 영입 시 경력연수에 기초해 연봉을 책정하고 각 부처에서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받는 연봉의 최대 170% 수준까지만 연봉 책정이 가능해 사실상 연봉 상한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민간 수준에 준하는 과감한 고연봉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의 경우 1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은 재산 등록·공개를 하되 주식 백지 신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인사 규정에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인사 관련 법령은 너무 촘촘하게 규정돼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제1차 ‘부처 인사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을 수립해 인사 규정상 불필요한 인사규제를 대폭 폐지·완화했다. 보다 유연한 인사를 위해 올 상반기 제2차 인사자율성 제고 추진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이미지 확대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유연한 인사는 결국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이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한 것은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해 우수한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업무 성과가 탁월한 공무원에게 민간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에 합당한 승진과 금전적 보상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성과 창출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파격적인 성과주의의 내용은.

“앞으로 3년 이상 최상위 성과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 50% 추가 성과급을 부여하는 ‘장기 성과 가산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다. 예를 들어 6급의 경우 최고인 S등급을 받으면 657만여원의 성과급을 받는데 50%인 328만원을 추가해 모두 985만원을 받게 된다. 관련 예산은 제정 당국과 협의해 확보할 계획이다.”

-공무원에게는 승진도 중요하다.

“업무실적 우수 공무원에게 1호봉 승급하는 특별승급 요건을 완화해 고성과자에 대한 승급 우대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호봉에 3만~4만원 차이가 나는데 명절 휴가비, 정근 수당 등이 연동돼 오르게 된다. 퇴직 때까지 이를 적용하면 호봉당 50만원의 효과를 갖는다. 연금까지 감안하면 파격적인 보상이다. 기존에는 최소 3년 근무해야 특별승급 대상자에 포함됐지만 앞으로 3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도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이다.”

-아예 직급을 한 단계 뛰어넘는 승진이 진짜 파격적인 보상 아닌가.

“중국 고전에 ‘중대한 상을 주면 반드시 용감한 사람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근무 연차에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진 기회를 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과장급에 대해 ‘공모제’를 통해 직급을 올릴 수 있도록 했는데, 4월 4일부터 4~5급 중간 관리자급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공모직위 속진임용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5급까지 확대하게 될 경우 업무 능력이 뛰어난 6급 1년차도 5급이 될 수 있다. 만약 7급이 6급으로 승진했는데 그해 공모제를 통해 5급이 되면 사실상 2계급 승진하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성과주의 강화를 원치 않는 공무원들도 있을 텐데.

“우수 성과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고 해도 공직 내부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성과에 대한 합리적 보상 강화를 통해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직 사회에서 경쟁 원리가 작동하려면 호봉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호봉제 전면 폐지나 성과연봉제 확대 같은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보수 및 성과체계 개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보수는 직무급과 함께 생활을 보전하는 생활급 등 2개 요소가 있다. 노조 반발도 있지만 생활급적 요소 때문에 전면 폐지는 어렵다. 지방이나 일부 현업 부서의 경우 승진이 잘 안 돼 9급으로 들어가 5급으로 퇴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호봉제가 있어 생활이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정부 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경쟁국은 3년, 우리는 8년 걸린다’고 했다. 역대 정부의 의지 부족과 관료들의 기득권 지키기 등에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근로시간이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5위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2.7달러, 29위로 하위권이다. 강도 높은 근무혁신이 필요하다.”

-정부 혁신을 위해 공무원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람직한 공무원 인재상은.

“집마다 가훈이 있는데 그동안 정부가 원하는 인재상이 없었다. 국민의 어려움을 내 가족의 일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난제에 부딪히면 최선을 다해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데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공감·소통, 헌신·열정, 창의·혁신, 윤리·책임 등을 담은 공무원 ‘인재상’을 만들었다.”

-젊은이들이 진출하면서 공직 사회도 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비대면 기반으로 근무환경이 바뀌었고 MZ세대가 국가공무원의 40%를 차지하는 등 주류로 부상했다. MZ세대는 공직관은 다소 떨어지나 기획력이나 창의력 등에서는 선배들보다 낫다. 새 세대 등장을 계기로 과감한 정부 개혁을 통해 비정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이미지 확대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2월 1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누구

1986년 공직에 들어온 이후 37년간 행정안전부 인사실장, 인사혁신처 차장,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인사혁신비서관 등을 두루 거친 인사행정의 최고 전문가다. 대학, 논어, 한비자 등 중국 고전에 밝다. 논어에 나오는 ‘나의 마음의 중심을 잡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의 ‘충서’(忠恕)를 좋아하는 글귀로 꼽는다.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28회)에 합격했고 스스로 MZ세대의 ‘시조’라고 말할 정도로 유연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2023-03-06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