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작은 영화들에도 더 많은 관심을/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마감 후] 작은 영화들에도 더 많은 관심을/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3-07-21 01:34
수정 2023-07-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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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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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담당하고 있어서인지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엔 세 편 정도를 주로 꼽는다.

우선 지난 5일 개봉한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김애란 작가 단편소설을 원작 삼아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주연배우 박하선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다음으로 12일 개봉한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을 추천한다. 초등학교 5학년 명은이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가족에 관한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감독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연출력을 뽐낸다. 주연배우 문승아의 미래도 기대하게 만든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비닐하우스’도 권한다. 비닐하우스에 살며 간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이 간병하던 노부인의 사고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솔희 감독 장편 데뷔작인데, 벌써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주연배우 김서형의 연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세 작품은 모두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방황,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거짓말, 병간호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는 여성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익숙한 이야기를 다룬다.

세 편의 영화 모두 제작비가 적은 것도 공통점이다. 배경 변화가 적고 특수효과 등도 거의 없다. 출연료가 아주 비싼 배우들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흥행과는 모두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일 기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와 ‘비밀의 언덕’ 모두 1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비닐하우스’는 아직 개봉 전이긴 하나 많은 관객을 모으긴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제작비를 줄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야기가 더 탄탄한 작품, 실력 있는 감독들 작품이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듯하다. 큰 영화들이 숨어 버리며 작은 영화들이 극장에 설 기회가 많아졌다. 흥행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그러면서도 단단한 메시지를 품은 영화들은 계속해서 나온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여름 영화 시즌이 시작된다. 이달 26일 ‘밀수’, 다음달 2일 ‘더 문’과 ‘비공식 작전’, 9일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코로나19도 거의 종식됐기에 시기상으로도 나쁘지 않다.

앞서 기자 시사를 진행한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더 문’의 설경구, ‘비공식 작전’의 하정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 등 한국 대표 배우들이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침체했던 영화관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면 영화 담당 기자로서 왠지 설레고, 괜스레 뿌듯해지기도 한다. 다만 앞서 거론한 영화들처럼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작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좀더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삶과 가까운 영화들이 좀더 주목받고, 큰 영화들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면 한다. 여름 영화 대전을 기다리면서 작은 영화들이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도 커진다.
2023-07-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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