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 정치부 차장
A장관은 한동안 개각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교체 대상으로 이름이 거론되던 인사다. 직접적 업무로 그를 만난 적은 없지만 당시 행사장에서 그를 보며 왜 때마다 교체 얘기가 나오는지 짐작이 갔다. 한 번 나타났다 하면 모든 걸 뒤집어 놓고 간다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누가 좋아할 수 있을까.
대통령실에서도 A장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 비서관은 어떤 업무를 두고 A장관과 크게 싸운 적이 있다고 한다. 너무 정색하고 말을 주고받은 게 민망했는지 이 비서관은 “나중에 비싼 밥 한 번 꼭 사시라”며 A장관을 달랬다고 한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A장관의 업무 스타일에 비위를 맞추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개각 뉴스를 보고 어떤 이들은 ‘인디언 기우제’ 같다고도 한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개각 뉴스도 장관이 결국 바뀔 때까지 나오는 모습을 보고 하는 얘기다. 그럴 때마다 대통령실은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개각 소문으로 어수선해진 관가 분위기를 다잡는다.
일부 부처에는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겠지만 대통령실은 일단 장관보다는 차관들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집권 2년차 국정 분위기를 바꿔 보려 하는 모습이다. 차관을 다수 바꾸는 방식으로도 개각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 부처 업무는 차관이 다 하는 것 아니냐. 국무회의에 앞서 열리는 차관회의가 사실상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말한다.
거대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정치적 공격 도구로만 활용하려고 하니 개각을 마냥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고심도 이해는 간다. 조직 관리상 적절한 때 차관을 교체해야 후속 승진 인사 등으로 부처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관을 바꿔 장관 교체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장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는 근본적 의문도 든다. ‘메기 차관’을 내려보내 복지부동하는 공직사회를 흔들어 놓을 수는 있겠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장관 위에 차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스타 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1년을 돌아보자. 부처 업무와 직원의 사기를 살피기보다는 오로지 대통령만을 바라보고, 대통령 일정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장관은 없는가. 부처 조직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장관은 없는가. 정책·정무적 판단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를 몇 차례 거듭하게 한 장관은 없는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장관 역시 부처의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국정의 모든 책임을 지는 것처럼.
2023-06-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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