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임대·월세 세액공제 늘린다지만… 미친 전세 잡힐까

질 좋은 임대·월세 세액공제 늘린다지만… 미친 전세 잡힐까

임주형 기자
입력 2020-10-28 22:18
수정 2020-10-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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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주 연속 오름세 전세시장 안정카드는

文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
인허가·공기 줄여도 장시간 소요 ‘단점’
월세 稅공제 늘려도 전세난 해소 불투명


대치 은마 전세 4건뿐… 화곡푸르지오 ‘0’
도곡 렉슬 84㎡ 석달새 5억 뛴 17억 7500만


집값 잡겠다더니… 서울 1년 새 10%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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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 전세시장은 ‘역대급 혼란’ 상태다. 전세 품귀에 따른 전셋값 폭등으로 9년 만에 서울 전셋값이 최대폭으로 상승하고 2000채가 넘는 대단지에 전세 매물 0건이 속출하는 전세 패닉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영향에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3기 신도시를 기다리며 매수 타이밍을 미루고, 재건축 실거주 의무까지 맞물려 전세 ‘씨’가 마르고 있어서다.

문제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가 썼던 방법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는 것인데, 지금은 쓰기 어려운 카드다. 억지로 누르고 있는 집값에 다시 불이 붙을까 우려돼서다. 민간 공급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2년 더 살겠다’(계약갱신청구권)는 세입자가 늘면서 집주인이 내놓을 물건이 없다.

이에 정부가 준비 중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을 언급했다. 공공임대 면적(전용)을 기존 60㎡(25평)에서 85㎡(32평)로 늘리고 내장재 시설을 개선해 중산층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인허가 절차와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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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토하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세입자 부담을 덜어 주겠지만, 전세난 대책엔 그다지 약발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가 나온다는 신호를 줘) 전세 수요자의 심리를 진정시키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지만 전세는 단 4건에 불과하다. 강서구 화곡동 ‘화곡푸르지오’는 2176가구나 되지만,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런 ‘전세 소멸’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84㎡)은 지난 20일 17억 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7월 13억원대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불과 석 달 만에 5억원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구로구 신도림동 태영타운 아파트(전용 60㎡)는 올 초 전세 가격이 4억원대로 형성됐으나 최근 올라온 매물은 6억원이다.

통계로 보면 더 확연하다. 지난 12일 기준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08% 상승해 6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 갔다. 23일 기준 서울 주택가격도 올 1월 신년사에서 밝힌 문 대통령의 집값 잡기 의지와 달리 지난해 말 대비 10.0%(부동산114 기준) 올랐다. 현 정부 누적으로는 62.2% 급등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0-10-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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