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들었던 서울시… “민간재건축 보완 필요” 4시간 만에 말 바꿔

반기 들었던 서울시… “민간재건축 보완 필요” 4시간 만에 말 바꿔

김동현 기자
입력 2020-08-04 22:28
수정 2020-08-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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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대책 시작부터 ‘불협화음’

서울시, 정부 발표에 정면 반박 브리핑
“지역별로 땅값 다른데 민간이 참여하겠나”
마포·노원구도 “유휴부지 활용 재검토를”

與 “서울시가 뒤에서 딴소리” 강행 의지
논란 커지자 서울시 “반대 아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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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은마아파트 및 주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4일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은마아파트 및 주변 모습.
연합뉴스
당정과 서울시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8·4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충돌했다. 서울시가 이번 대책의 핵심인 ‘유휴부지 및 공공시설 복합화를 통한 주택 공급’과 ‘35층 층고 제한 폐지’ 등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가 정책 협의 때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4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 내용을 정면 반박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공급 대책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일”이라면서 “애초부터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재건축은 민간 조합이 기본적으로 진행하면서 임대주택 등 공공성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공공이 처음부터 재건축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정부와 선을 그었다. 또 그는 “서울 시내 지역별로 땅값과 사업성이 다른데 공공이 개입한다고 해서 얼마나 참여하겠냐”면서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공공재건축에 한해 용적률을 준주거지역 최고 수준인 500%까지 보장하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도 서울시가 재건축 과정에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 용적률과 층수 상향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제시한 공급 로드맵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논란이 커지자 김 본부장은 반대 입장을 밝힌 지 4시간 만에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서울시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서울 자치구도 반발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유휴부지 활용 주택계획에서 마포구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 구청장은 “상암동의 임대주택 비율은 현재 47%”라며 “국내 정보기술(IT)·미디어 산업의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상암동 부지까지 주택지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태릉골프장 부지의 절반을 노원구민에게 환원해 달라”며 “획기적인 교통대책도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가 신규 택지지구에 포함된 것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3~4개월 뒤면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용적률과 층수 상향, 유휴부지 개발 등 하나 같이 (시장) 대행 체제에서 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택 문제도 중요하지만, 용산이나 상암 같은 곳은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공간 자산”이라면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시 등이 반발하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서울시가 정부와 다 합의해 놓고 뒤에서 딴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가 어떤 의견을 내든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정리될 사항”이라며 서울시 등의 반발에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8-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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