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후폭풍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다음날인 18일 규제 지역으로 편입되지 않은 경기 김포와 파주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사진은 이날 김포 운양동 한강센트럴자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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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대치·잠실 1억 낮춘 급매물 쏟아져
수원·안양 은행선 하루종일 대출 문의
은행권 “18일까지 대출 신청 완료해야”
검단 입주예정자 국민청원에 해제 호소
재건축 조합원 “아파트 한 채도 투기라니”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다음날인 18일, 규제 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김포와 파주는 벌써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김포시 운양동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기존에 팔리지 않았던 매물들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면서 “어제만 해도 매매 계약서만 5건이나 썼는데 지금도 5분꼴로 문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뿐 아니라 파주 운정신도시도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루도 안 돼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 와동동 해솔마을7단지롯데캐슬은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15일과 16일에 전용 84㎡가 급매물이라고 할 수 있는 3억원 후반대에 잇달아 팔리더니, 대책 발표 직후 호가가 최고 4억 6500만원까지 뛴 상태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대책 발표 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오늘 매도인에게 확인 전화를 했더니 물건을 거둬들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는 소식에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도 급매가 쏟아지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서울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76㎡는 며칠 전 호가가 19억~20억원 선이었는데 오늘은 18억 5000만원에 급매로 팔아달라는 곳이 나왔다”고 전했다.
19일부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인천, 경기 서남부, 대전, 청주 지역 시중은행에도 이날 하루종일 대출 문의가 쏟아졌다. 매매 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계약금만 내고 추후 대출을 받으려 했던 이들이 줄어든 대출 한도와 규제 적용 시점을 묻느라 영업점에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대책에 따라 비규제지역은 무주택자 기준으로 집값의 70%까지 대출할 수 있지만,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이제 9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집을 사면 LTV가 20%로 더 쪼그라든다.
투기과열지구가 된 수원, 안양 시중은행 영업점에선 매매계약 뒤 소유권 이전을 준비 중인 고객 전화가 몰렸다. 수원 A은행 관계자는 “18일까지 대출 신청을 완료해야만 6·17 대책 이전의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잔금 일정에 여유가 있었던 계약자들이 서둘러 대출 가능금액과 필요한 증빙 서류를 묻느라 전화가 내내 빗발쳤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기존 규제 대상이었던 지역의 은행 창구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받으면서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고객들 문의가 일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입하면 전세 대출을 막는 규제는 다음달 중순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줄어드는 대출한도로 반발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편입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제를 호소했다.
2년의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한 재건축 집주인들의 혼란도 컸다. 지금까지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이 부여됐지만 이제는 2년간 살아야 하는 조건이 붙어서다. 재건축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최소한 재건축 아파트 1채만 보유한 조합원은 제외시키거나 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다주택자가 재건축 구매하는 게 투기지, 해당 아파트 한 채만 가진 게 투기인가”라고 지적했다.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06-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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