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韓·중동 ‘3대 변수’… 한은, 금리인하 내년으로 밀리나

美·韓·중동 ‘3대 변수’… 한은, 금리인하 내년으로 밀리나

신융아 기자
입력 2024-05-05 18:54
수정 2024-05-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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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美 기준 금리인하 ‘안갯속’
파월 ‘비둘기파’ 발언에 오락가락
②한국 경제 1분기 깜짝 성장
전망치 넘어… 인하 필요성 감소
③이란·이스라엘 ‘중동리스크’
고유가·강달러 기조 인플레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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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를 위해 방문한 조지아에서 “4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워졌다”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금리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2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통화긴축 기조와 관련해 ‘장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을 뺐다. 이보다 앞선 2월 결정문에서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당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시점을 7~8월로 예상하는 분석들도 나왔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금리인하 기조가 변한 것은 이 총재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한국의 1분기 ‘깜짝 성장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와 환율 변동성 등 세 가지 변수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함께 불거진 중동 리스크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유가와 강달러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한은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지난달 평균 배럴당 89.4달러로 전월(84.7달러)보다 5.5%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16일 장중 1400원까지 뛴 이후 진정됐으나, 강달러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이란과 이스라엘이 안정 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불안이 발생할지 모르고, 유가는 또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미 연준도 인플레이션 통제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빨라야 4분기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한은은 내년 1분기에나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을 올해 4분기 이후로 내다봤다. 신 연구위원은 “당초 1분기가 끝나갈 때쯤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고 중동 사태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것들이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훨씬 잘 나온 1분기 한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3%)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다만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의 차이가 큰 데다 한은조차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 내지 못한 상황이다. 미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과 이어서 발표된 4월 고용동향 등은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다시 무게를 싣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과 1~2주 전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 12월 인하설이 유력했으나 지금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9월 인하까지 거론된다”고 전망했다.
2024-05-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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