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캔슬링
  • 장르소설은 허깨비? 가짜라 더 아름다워[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장르소설은 허깨비? 가짜라 더 아름다워[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진짜보다는 가짜가 낫다.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과 세공된 인조 다이아몬드 중 아름다운 건 후자다. 생화보다 조화를 좋아했다는 김춘수 시인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가 위래(33)는 장르소설의 미학을 이렇게 압축했다. 여느 장르소설 작가처럼 그 역시 얼마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터뷰 기사에 캐릭터를 사용하길 희망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인형…. ‘위래’도 필명이다. ‘위아래’에서 ‘아’ 자를 뺀 것으로 별다른 의미는 없단다. 다소 낯설지만 요즘 장르소설 업계에서 이 정도 신비주의는 꽤 흔한 전략이다. “장르소설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르마다 사정이 다르다. 영화·드라마 제작 지원도 많은데, 문제는 ‘영상화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라는 요구다. 소설의 가치는 제작비를 상관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에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더 많아져야 한다.”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확인한 위래의 문장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소설 속 문장도 그렇다. 톡 건드리면 부러질 듯 위태롭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든다. 소설은 본디 거짓의 예술
  • “문학은 사랑, 비평은 중독… 우리는 진창에서 별을 보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문학은 사랑, 비평은 중독… 우리는 진창에서 별을 보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소설과 시를 읽는다는 게 잘 맞는 사람과 푹 빠져서 하는 사랑이라면, 비평은 지긋지긋하게 날 괴롭히지만 그래도 짜릿한 쾌락을 주는 중독적인 사랑이죠.”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린 ‘비평과 사랑’이라는 글을 읽고 문학평론가 인아영(33)에게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시·소설 읽기와 비평 쓰기 중 무엇을 더 사랑하느냐고. 잠시 웃음 짓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둘 다 사랑하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요.” 신문과 문예지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인아영은 요즘 문단에서 주목하는 신예 평론가다. 한국 사회의 권력관계를 헤집는 냉철한 지성과 함께 문학과 약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글을 쓴다. 28일 서울 합정동 카페꼼마에서 만난 인아영은 “자신의 문제의식과 욕망이 무언지 알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있는 글은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랑하면 각(角)이 생긴다.” 그의 글 ‘비평과 사랑’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서 그는 비평이 ‘편집증적 읽기’와 ‘회복적 읽기’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일 가능성을 탐구한다. 비평은 그동안 욕 아니면 칭찬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제 ‘중간 지대’를 향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인아영은 “텍스트에 충분히
  •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셰익스피어는 ‘엔프피’ 같아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셰익스피어는 ‘엔프피’ 같아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셰익스피어는 게으르면서도 천재적인 ‘엔프피’(ENFP) 같아요.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세상과 사람을 예리하게 관찰하죠.” 19일 뮤지컬 배우 이아름솔(32)에게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다소 발칙하면서도 센스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의 부인이자 잔혹한 살인의 공모자인 ‘맥버니’ 역을 맡았다. 인터뷰 내내 수줍게 웃는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와는 조금 괴리가 있었다. “맥버니는 잔인하면서도 투명한 인물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죠. 원작과 달리 우유부단한 맥베스의 욕망을 끌어낸 장본인입니다. 강인하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셰익스피어 원작에 ‘맥버니’라는 이름은 없다. ‘레이디 맥베스’, 우리말로는 그저 ‘맥베스 부인’으로만 불렸다. 맥베스의 욕망을 추동하는 중요한 인물임에도 그동안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러시아 작가 레스코프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영화 ‘레이디 맥베스’(2017년)의 원작이기도
  • “인생 승리자는 더 많이 웃은 사람” 숭고한 코미디로 ‘인류애’ 말하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인생 승리자는 더 많이 웃은 사람” 숭고한 코미디로 ‘인류애’ 말하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어리숙해 보이는 뿔테 안경 뒤로 ‘코미디’를 향한 열정이 들끓고 있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모르모트PD’(작은 사진)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권해봄(37)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는 “인생의 승리자는 더 많이 웃고 간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MBC 마리텔 ‘모르모트 PD’ 유명세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을 연출한 것을 계기로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권 PD는 “‘웃기다’는 이유로 ‘우습게’ 여겨지는 코미디언들을 한 명의 예술가로서 조명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전했다. “도파민 중독이라고 할까. 안타깝지만 평소에 잘 웃는 편은 아니다. 예능PD들이 그럴 것 같은데, 항상 새로운 걸 좇고 웃긴 것들을 바로 곁에서 접하니 웃음에 박해진다.” ‘평소에 잘 웃나’, ‘술자리에서 잘 웃기는 편인가’ 등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서면 답변지에 굳이 “질문이 너무 재밌어서 웃었다”는 사족까지 달았다. 확실히 범인(凡人)의 웃음 포인트는 아닌 듯했다. 그는 “사석에서도 웃기는 걸 좋아하지만 타율이 높진 않다”고도 했다. 대신 뜻하지 않게 어설픈 모습들이 나올 때 주위에서 웃는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도 ‘
  •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 디지털 독자에 건넨 ‘힙’한 위로[오경진의 노이즈캔슬링]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 디지털 독자에 건넨 ‘힙’한 위로[오경진의 노이즈캔슬링]

    2030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립니다. 잠시 외부 소음을 끄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이제의 문장은 힙하다. ‘힙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 말 외에 그의 글을 정의할 방도가 딱히 없다. 지루하지 않게 독자를 끌어들이며, 때때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떨 땐 무릎을 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한 뒤틀림이 난무하는 한 소설에서 그는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 탐구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소설가 서이제(32)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을 예민하게 탐구하는 작가다. 쉽게 복제되고 언제든 모습을 바꾸는, 그래서 진실과 거짓이 모호한 디지털 세계. 이곳을 그리는 그의 문장은 무심하지만, 따뜻하다. 내심 래퍼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두 꿈을 모두 이뤘다고 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을 타자화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 소설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일 뿐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최근 펴낸 앤솔로지(문집) ‘전자적 숲’에 서이제는 ‘더 멀리 도망치기’라는 소설을 썼다. 경마에 중독된 이들의 삶
  •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디지털 진창’에서 아름다움을 건지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디지털 진창’에서 아름다움을 건지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서이제의 문장은 힙하다. ‘힙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 말 외에 그의 글을 정의할 방도가 딱히 없다. 지루하지 않게 독자를 끌어들이며, 때때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떨 땐 무릎을 치기도 하고. 유쾌한 뒤틀림이 난무하는 한 소설에서 그는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소설가 서이제(32)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을 예민하게 탐구하는 작가다. 쉽게 복제되고 언제든 모습을 바꾸는, 그래서 진실과 거짓이 모호한 디지털 세계. 이곳을 그리는 그의 문장은 무심하지만, 따뜻하다. 내심 래퍼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두 꿈을 모두 이뤘다고 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을 타자화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 소설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일 뿐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최근 펴낸 앤솔로지(문집) ‘전자적 숲’에 서이제는 ‘더 멀리 도망치기’라는 소설을 써냈다. 경마에 중독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데,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주인공의 도피처는 허무하게도 유튜브의 ‘쇼츠’. 방에 틀어박혀 쇼츠만 감상하는 현대인과 우리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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