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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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언스 톡톡] 진화의 진실

    [사이언스 톡톡] 진화의 진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인 구달입니다. 올해 81세입니다. 지난해 11월에 한국을 찾았었는데 한 8개월 만인가요. 제가 요즘 환경보호 관련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저는 영장류, 특히 침팬지 전문가예요. 1960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국립공원에서 침팬지들을 연구해 그들도 사람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육식을 하며, 원시적인 형태의 전쟁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이런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낸 덕분인지 ‘침팬지의 어머니’라고 불린답니다. 오늘은 제 전공을 살려 침팬지와 사람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해요. 여러분은 침팬지와 사람 중 누구의 손이 더 진화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손으로 작은 바늘구멍에 실을 꿰고, 피아노를 치고,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유인원보다는 사람의 손이 더 진화됐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뉴욕 스토니브룩대 인류학과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해부학적으로 사람의 손은 침팬지나 다른 유인원보다 더 원시적이라는군요. 이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저널 16일자에도 실렸어요. 연구팀은 정교한 통계기법을 이용
  • [사이언스 톡톡] 지구 온난화로 꿀벌 멸종위기…꿀벌이 살아야 인류도 삽니다

    저는 호기심이 엄청 많은 꿀벌 ‘마야’입니다. 발데마르 본젤스라는 독일 동화작가가 제 이야기를 ‘꿀벌 마야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낸 적이 있답니다. 어린 친구들은 만화영화로도 저를 만난 적이 있을 거예요. 저는 좁은 벌집에서 사는 것보다 여기저기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천적인 말벌한테 잡혀간 적도 있답니다. 예전엔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동네에 사는 꿀벌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어요. 과학자 아저씨들 말로는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더군요.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독일의 과학자 아저씨들이 지난 10일자 ‘사이언스’에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을 보면 지금 지구온난화가 너무 진행돼 사람들이 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몇백년 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6m나 높아진대요. 그러면 섬나라나 방글라데시 같은 바닷가 근처 도시들은 물속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네요. 우리 꿀벌들한테 날벼락 같은 소식도 같은 날 ‘사이언스’에 실렸더군요. 캐나다 오타와대·캘거리대, 영국 리딩대,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미국 버몬트대 등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한 건데, 우리
  • [사이언스 톡톡] 밀가루는 죄가 없어요…문제는 인간의 면역 체계

    이제 내 나이가 1만 1000살 정도 됐을까. 1500살이 지난 뒤부터는 따져보질 않아서 나이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구먼. 내 고향은 아프가니스탄, 아르메니아, 트랜스코카서스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이야. 나는 ‘밀’일세. 영어로는 ‘Wheat’, 한자로는 ‘소맥’(小麥)이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을 제외하곤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나를 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곡물이지. 18~19세기, 심지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나를 빻아 만든 밀가루만을 원료로 구운 흰 빵과 버터는 서양사람들에게 부(富)의 상징이었지. 마치 예전 한국 사람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 같은 존재란 말일세. 그런데, 요즘은 좀 우울해. 몇 년 전부터 귀네스 펠트로나 미란다 커 같은 유명인들이 ‘글루텐 프리’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은 세 명 중 한 명꼴로 글루텐을 피하려고 한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야. 글루텐은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결합한 식물성 단백질의 혼합물이야. 나나 내 친구인 보리(麥)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물질인데, 반죽을 했을 때 차지고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네. 글루텐을 피하는 사람들은 “인간은
  • [사이언스 톡톡] 똑똑한 타자일수록 변화구에 잘 속는다?

    [사이언스 톡톡] 똑똑한 타자일수록 변화구에 잘 속는다?

    [베이브 루스] 이런 젠장. 또 삼진 아웃이네. 분명히 바깥쪽으로 꽉 찬 직구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뚝 떨어지다니. 아직 타석이 한 번 더 남았으니 멋지게 복수해 주지. 야구 취재는 처음이신가? 반가워요, 에디. 조지 허먼 루스 주니어요, 흔히 나를 베이브 루스라고 부르지. 베이브라고 불러도 돼요. 뭐 보다시피 오늘은 경기가 잘 안 풀리네요. 알다시피 저는 홈런도 많이 치지만, 삼진 아웃도 많이 당하잖아요(베이브 루스는 선수 시절 무려 1390회의 삼진 아웃을 당했다). 오늘 루 게릭한테 정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컬럼비아대 출신이라서 그런가. 항상 심각한 얼굴로 이상한 얘기를 한다니까. 타자들이 변화구에 속는 이유가 뇌 때문이라나 뭐라나. 어이, 루. 아까 그 얘기 여기 기자 양반한테도 해 봐. 뇌가 착각을 한다고? 맙소사. 루, 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고속 이동 물체, 기존 궤도 바탕 다음 위치 예측 [루 게릭] 아냐, 베이브. 기자 양반도 잘 들어 봐요.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하고 한국의 울산과학기술대(UNIST) 인간공학부 권오상 교수가 연구한 과학적 사실이라고. 이 사람들 말로는 우리 뇌가 야구공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 [사이언스 톡톡] ‘뇌 과학’

    안녕? 나는 비행기 조종사였고, 의사였고, 변호사였던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야. 아 참, 깜박했네, 난 대학교수도 잠깐 했었지. 어떻게 그런 직업들을 가질 수 있었냐고? 내겐 아주 간단한 일이었어. 다 사기였기 때문이지. 16세 때 처음으로 위조수표를 만들어 봤는데 다들 속아 넘어가더라구. 그래서 17세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에 뛰어들었지. 재수가 없어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잡히기 직전 5년 동안은 26개국을 돌아다녔어. FBI에 체포된 뒤에는 그들을 도와 사기꾼과 위조범들을 잡아 내는 일을 했어. 지금은 ‘애버그네일 & 어소시에이션’이란 보안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 이건 거짓말 아니니까 믿어도 돼. 이런 내 이야기에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을 갖더군. 그래서 나온 영화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이야. 어쨌든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행운’과 ‘의사결정’에 관한 거야. 동양 속담에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게 있다더군. 안 좋은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오고,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따라온다는 말이라던데.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그 속담을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냈지. 지난
  • [사이언스 톡톡] 바이러스는 생존 위해 진화… 사람도 유전적 다양성 지녀

    저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에 사는 베르나르 리외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알베르 카뮈 선생께서 잘 써 주신 덕분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의사입니다. 여기서 비행기로 열서너 시간 걸리는 한국이 메르스 때문에 어수선하다고 들었습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처럼 낙타와 가깝게 지내는 나라도 아닌 곳에서 메르스가 발생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는 소식에 좀 놀랐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인류에게는 큰 전염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윌리엄 스튜어트가 “전염병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선언까지 했던 것이죠.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신종플루, 조류독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 새로운 전염병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구 및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 ▲병원체 전파를 가속화하는 국가 간 여행 및 교역의 증가 ▲기존 전염병 감소에 따른 공중보건 체계의 기능 상실 ▲항생제 남용 등을 신종 전염병이 증가한 원인으로 보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
  • [사이언스 톡톡] 당신이 잠든 사이에 머리는 더 똑똑해진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어젯밤 나와의 만남이 즐거웠다면 기분이 상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좀 찌뿌둥하겠지. 나는 잠의 신(神) ‘히프노스’야. 내 어머니는 밤의 신 ‘닉스’, 아버지는 암흑의 신 ‘에레보스’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내 쌍둥이 형이야. 난 아들도 여러 명 있는데 장남이 꿈의 신 ‘모르페우스’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는 나를 인간의 모든 고통과 고뇌를 없애 주고 평온함과 기쁨을 주는 신이라고 찬양했지. 그런데 나폴레옹이나 토머스 에디슨 같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날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현대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밤에 날 만나는 것을 꺼리더군. 이런 상황에서 뇌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내가 얼마나 훌륭한 신인지를 속속 밝혀내고 있더군. 좋은 일이야. ●잘 때 뇌신경세포 연결 강화… 기억력 개선 푹 자기만 하더라도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돼 온 나쁜 버릇이나 편견까지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건 나도 모르고 있었던 능력이라네. 브라질 히우그란지연방대 뇌연구소의 윌프레두 블랑쿠 박사팀은 수면이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켜 기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도와준
  • [사이언스 톡톡] 60년 만에 잠에서 깬 과학 숲속의 공주는?

    [사이언스 톡톡] 60년 만에 잠에서 깬 과학 숲속의 공주는?

    나쁜 마녀의 저주 때문에 100년 동안이나 깊은 잠을 자다가 멋진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는 공주 이야기는 알고 있겠지? 어려서 한 번은 들어본 적 있는 그림형제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내용이니까 말야. 그런데 과학 왕국에서도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있다는 것은 못 들어봤을 거야. 진짜 공주는 아니고, 연구논문이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가 뒤늦게 관심을 끈 것들을 그렇게 부른다네. 내가 후배인 보리스 포돌스키, 네이선 로젠과 함께 쓴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역학적 설명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란 논문도 이번에 ‘잠자는 공주 톱 15’ 중 14위로 뽑혔지 뭔가. ●60년 만에 주목받은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14위 이런 내 소개가 늦었구먼. 수학과 물리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보니 항상 뭔가를 깜박깜박하는구먼. 나, 알베르트일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만든 바로 그 사람. 여하튼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복잡계 연구자인 필리포 라디치 박사가 2200만건의 과학논문를 분석해 대표적인 잠자는 공주를 뽑아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5월 25일자에 실었지 뭔가. 내 논문도 1935년에 발표돼서 1994년에 주
  • [사이언스 톡톡] “다음 대유행병, 중동·중앙아시아·미국서 발생할걸요”

    정말 한 달 이상 한숨도 안 자고 일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구요? 아, 저는 가능하답니다. 전 사람이 아니라 미국 조지아대학교 환경과학대에 있는 메인 컴퓨터이거든요.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혹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Deep Learning) 같은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런, 들어본 적이 없으시군요.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의 패턴을 검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겁니다.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거죠. SF 영화를 보면 컴퓨터가 범죄나 테러, 교통사고 등을 예측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것들도 모두 머신러닝 기술 덕분이랍니다. 일하는 방식도 그렇지만 처리했던 일도 독특했습니다. 연구 책임자였던 미국 뉴욕 캐리생태학연구소의 바바라 한 박사와 우리 학교 존 폴 슈미츠 박사가 시킨 일이었죠. 두 사람은 몇몇 동물의 종류와 크기, 습관, 거주지, 거주밀도, 활동반경, 짝짓기 방식 등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86개의 변수를 저한테 알려주더군요. 이 변수들을 종합해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들어 낸 보고서를 읽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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