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삼의 벅차오름
  • 훤한 이마·허연 머리… 황혼기에 접어든 남자를 닮았다[강동삼의 벅차오름]

    훤한 이마·허연 머리… 황혼기에 접어든 남자를 닮았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인생 황혼기에 선 남자를 닮은 큰노꼬메오름…정상은 대머리처럼 허허롭다 제주시에서 평화로를 타고 유수암리를 지나 새별오름 가기 직전에 어리목으로 빠지는 산록도로가 나온다. 그곳에 멀지 않은, 차로 5분여만 달리면 노꼬메오름으로 가는 길목이 오른 쪽으로 나 있다. 외길을 조금만 지나면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드넓은 벌판이 펼쳐지고 정면 쪽으로 큰노꼬메오름이 보인다. 누가 봐도 고사리가 많을 것 같이 생긴 벌판이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고사리 꺾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 쪽에는 소길리 마을목장이 있어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드넓은 벌판을 지나 노꼬메오름 입구에 들어서면 솔향이 확 코를 찌른다. 노꼬메오름은 인생의 황혼기에 선 남자를 닮았다. 튼실한 돌계단은 세상풍파를 다 겪은 남자의 다리처럼 단단하다. 얼마 전 40년 만에 비행을 하는 송골매(배철수)가 들려준 ‘이 빠진 동그라미’가 되어 산을 탄다. ‘잃어버린 조각 찾아 때굴때굴 길떠났던’ 이빠진 동그라미. 어디 갔나 나의 한쪽/벌판 지나 바다건너/ 비탈진 산길/낑낑 올라/둥실둥실 찾아가네/저기저기 소나무밑/누워자는 한 쪼가리/비틀비틀 다가가서/맞춰보니 내짝일세…. 산수국화를 지나 조릿
  • 등돌리며 떠나온 이효리… 작은 백록담이 반겨주네[강동삼의 벅차오름]

    등돌리며 떠나온 이효리… 작은 백록담이 반겨주네[강동삼의 벅차오름]

    잠들지 못하는 밤, 서울 빌딩숲이 나온다. 높은 빌딩 숲 사이 어딘가에서 나타난 이효리가 갑자기 푸른 들판으로 화면이 바뀌는 순간 감귤빛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노을진 분화구에서 유연한 춤사위를 펼친다. 그 분화구는 바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오름. 이효리가 5년 전 ‘서울’ 뮤직비디오를 찍은 장소다. 성이시돌목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마치 노래가사처럼 ‘등돌리며 멀리 떠나온’ 서울이 제주 오름과 대비 교차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 뮤직비디오 하나로 금오름은 순식간에 젊은이들 사이에 뜨는 ‘맛집뷰’가 돼버렸다. 그리고 오름은 조금씩 조금씩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이효리의 뮤비 나온 뒤 맛집뷰로 뜬 오름, 금오름 오름 산책하기에는 좀 이르다 싶은 오전 8시쯤 금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거리가 짧고 오르막도 심하지 않아 정상을 쉽게 보여주는 오름이다. 동쪽 성이시돌 목장과 한라산의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천천히 걸어도 15여분 만에 다다른다. 표고 427.5m, 둘레 2861m여서 초보자들은 엄지척 할 만하다. 금오름을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 중의 하나로 ‘금악담’이라 불리는 화구호 습지를 지닌 오름이라고 소개하고 있
  • 둥근달을 품은 여왕님, 사랑의 아픔마저 기품있게 품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

    둥근달을 품은 여왕님, 사랑의 아픔마저 기품있게 품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른 새벽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 썩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다. 정상까지 무탈하게 오를 수 있을 지, 정상에 오르면 제주 풍광이 360도로 한눈에 내려다보일 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핸들은 애조로를 타고 봉개동을 지나 표선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제주라는 섬은 작아 보여도 날씨 만큼은 시시각각으로 달라 변화무쌍하다. 간혹 총각 가슴을 쥐락펴락하는 변덕 심한 비바리 같을 때가 더러 있다. 해안가는 멀쩡하게 맑은데 한라산 중산간마을은 때 아닌 눈이 올 때도 있으며 동쪽 성산포는 비를 뿌려도 서쪽 모슬포로 가면 햇빛이 쨍하고 비치기 일쑤다. 평화로를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다 보면 유수암 쪽에서 내린 눈은 새별오름에선 비로 변하고, 동광육거리를 지날 쯤엔 안개에 휩싸이고 중문을 거치면 비로소 바람 한 점 없이 맑아지는, 그야말로 사계절과 조우하는 일이 많다. 그만큼 제주로 여행오는 관광객들은 지역별 날씨예보를 확인하고 행선지를 선택해야 후회없다. # 빗줄기 거세지면 정상 탐방 포기하고 풍림다방·스누피가든 플랜B 전략 짜고… 제주시내에서 대천을 거쳐 송당리를 지나 목적지 구좌읍 세화리까지
  • 들불 때문에… 요즘 내가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르더라 [강동삼의 벅차오름]

    들불 때문에… 요즘 내가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르더라 [강동삼의 벅차오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하면 올레길을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오름도 제주올레만큼 각광받고 있다. 관광객들의 과도한 탐방으로 안식년제를 주기까지 할 정도로 오름들이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분포돼 있다. 오름은 악(岳), 봉(峯), 산(山)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표한 제주어 사전에는 ‘한 번의 분화(噴火)활동으로 봉긋봉긋 솟아오른 화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주인의 마음에 오름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하다. 누구에게나 고향에 온 듯 안정감을 주는 쉼터이자 안식처여서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 벅차오름’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름을 탐방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요즘 도내외적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화두가 되고 있는 새별오름을 소개한다.-편집자주 To. 새별오름이 제주도민에게 안녕, 내 이름은 새별오름이야. 나는 제주시에서 평화로를 타고 약 20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보여. 내비게이션에 ‘봉성리 산 59-8’을 검색하면 쉽게 올 수 있어. 금세 눈에 들어올거야. 주변에 나만 유독 저녁하늘에 새별처럼 외롭게 떠 있거든. 자태가 좀 웅장하고 분화구같은 배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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