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가 재난이다
  • 코로나 확산에 공동대응마저 좌절… 그사이 주민 절반 뚝

    코로나 확산에 공동대응마저 좌절… 그사이 주민 절반 뚝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이동현(44) 활동가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본가들이 신속하게 쪽방촌 지분을 사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쪽방촌 주민들이 강제 퇴거에 저항할 유일한 수단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그마저도 불가능했다”며 “남대문 쪽방촌 소유주들이 재개발을 목적으로 세입자들을 내쫓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모임과 집회가 활성화되던 상황이 코로나 확산으로 좌절됐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코로나 2차 유행이 결정적 타격이 됐다. 그는 “지난해 2월 코로나 최초 확산 이후 5~6월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 문화제를 열어 강제 퇴거에 저항할 방안 등을 논의하다가 확진자가 급증한 8월부터는 아예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방역에 더 취약한 쪽방촌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2019년 10월 남대문 쪽방촌을 재개발할 수 있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의결하면서 쪽방촌 소유주들의 ‘세입자 쫓아내기’가 본격화됐다”며 “쪽방촌 주민 80명이 중구청에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그중 절반이
  • 하루 3시간 자며 5000만원을 7억으로… 불안감이 키운 ‘빚투’ 한방

    하루 3시간 자며 5000만원을 7억으로… 불안감이 키운 ‘빚투’ 한방

    대기업 직장인 5년차 황영준(30·가명)씨는 현재 미국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서학개미´다. 그는 2019년까지 국내 증시를 기웃거린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였다. 황씨는 지난 1년간 총자산을 5000만원에서 7억여원으로 14배 불렸다. 황씨가 처음부터 미국 증시에 투자한 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직장 생활 5년간 모은 예·적금 5000만원을 종잣돈으로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코로나 폭락장 속에서 두 달 만에 1800만원을 날렸다. 황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수익률이 절실했다. 주식 가격 제한폭이 ‘±30%’인 국내 증시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투기성이 강한 암호화폐 투자보다는 등락폭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가 그의 눈에 대안으로 떠올랐다. 황씨는 같은 해 6월 마이너스 통장으로 마련한 3500만원과 손실 본 투자 잔금 등을 합친 8000만원을 말 그대로 ‘영끌’해 미국 증시 투자를 시작했다. 시차 덕분에 저녁 8시에 퇴근한 후 새벽까지 마음 놓고 미국 증시를 살폈다. 황씨는 하루 3시간 수면 외에는 여가 시간 전부를 주식 거래에만 몰두했다. 그가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테마주로
  • ‘살아남기’ 포기한 6463명… 그 뒤에 남겨진 ‘꿈의 흔적들’

    ‘살아남기’ 포기한 6463명… 그 뒤에 남겨진 ‘꿈의 흔적들’

    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 위기는 청년 누군가에게는 ‘코로나 감염’보다 더 위협적이다. 지난 한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1만 2592명(잠정치)이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망자 900명의 약 14배에 이르는 수치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30대 청년층이다. 지난해 1~8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치료받은 1만 5090명 가운데 20대는 421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었다. 전 연령층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다. 30대는 2250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살 시도 증가율(13%)을 보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약자가 더 약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청년들은 어떤 말을 남겼을까. 고독사·살인 현장 등을 정리하는 전문 업체 크린키퍼스 이창호 대표, 박세환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의 유품에 담긴 사연을 재구성했다. ‘부디 견디길….’ 윤지수(24·가명)씨가 ‘아 유 해피’(Are you happy)라고 쓰인 일기장 표지에 꾹꾹 눌러쓴 표
  • 실직, 생활고, 기댈 곳 없는 빚순환… ‘살아남기’ 버거운 청춘

    실직, 생활고, 기댈 곳 없는 빚순환… ‘살아남기’ 버거운 청춘

    지난해 코로나19가 할퀸 청년들의 면면은 닮아 있다. 기약 없는 재취업을 기다리고 있는 계약직 해고노동자 전연정(31·가명)씨와 하루아침에 아르바이트를 잘린 김준영(25·가명)씨, 실직 후 카드론으로 생활 중인 이주현(34·가명)씨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다. 비정규직, 계약직, 최저임금 아르바이트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에게 코로나는 생존의 위협이다. 지난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은 여전히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중’이다. ●月40만원으로 끼니만… 전월세 대출도 막혀 2015년부터 지방의 한 복지관에서 계약직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전연정씨는 2019년 12월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전씨는 곧바로 재취업에 나섰지만 이듬해 1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후 비자발적인 ‘구직 악순환’에 빠졌다. 다른 복지관에 최종 합격했지만 감염병 우려로 취소되는 불운도 겪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매달 160만원씩 받던 실업급여가 끊기면서 생활고에 빠졌다. 지병을 앓아온 홀어머니와 사는 20평대 아파트 월세 50만원을 내기 위해 300만원이 담긴 적금 통장을 깼다. 전씨 모녀는 한 달 40여만원으로 쌀과 반찬만 먹으며 집에서 버텼다. 전
  • 투잡 뛰며 청춘 건 PC방, 남은 건 빚 2억… 변제금 못 내면 개인회생마저 ‘물거품’

    투잡 뛰며 청춘 건 PC방, 남은 건 빚 2억… 변제금 못 내면 개인회생마저 ‘물거품’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 뉴스가 이해가 안 됐는데… 겪어 보니 정말 답이 안 보이더군요.” 박진형(27·가명)씨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로 생애 첫 창업에 도전했던 PC방을 폐업했다. 스스로 ‘청춘을 걸었다’고 각오를 다졌던 PC방은 창업 1년 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에게 남은 건 대출 잔액 2억원뿐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조부모 손에서 자란 박씨의 꿈은 경제적 독립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내 가게를 차려 할아버지, 할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인테리어 영업과 인천공항 면세점 판매직까지 ‘투잡’을 뛰며 9년간 창업 자금 9000만원을 모았다. 박씨는 종잣돈에다 은행 대출 2억 5000만원, 할아버지가 준 6000만원을 보태 경기도 부천의 학원가에 72석 규모의 PC방을 열었다. 창업박람회마다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상권 조사 끝에 시작한 PC방은 성공적이었다. 저녁 시간마다 학원을 마친 중·고등학생으로 만석이었다. 박씨는 알바 직원을 8명까지 채용하며 성수기 기준 월 3000만원씩 매출을 올렸다. 대출 원리금과 운영 비용을 빼면 순수익이 600만원을 넘었다. 조금씩 대출을
  • 코로나 ‘집콕’ 압박, 저소득층이 더 컸다

    코로나 ‘집콕’ 압박, 저소득층이 더 컸다

    [코로나 세대 보고서-2021 격차가 재난이다] <3>초등생 학부모 심층조사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차상위층 부모와 자녀들이 중산층 이상(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가정보다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가계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이 중산층 이상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 1년간 전 국민이 코로나라는 동일한 재난에 맞닥뜨린 것처럼 보였지만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신문이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녀의 코로나 스트레스에 대해 온라인 심층조사 결과, ‘외출 시 항상 마스크를 쓴다’에 대해 저소득층 아동들은 평균 4.2점(범위 0~10점)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중산층 이상 아동들은 이보다 낮은 3.3점을 나타냈다.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와 관련한 스트레스 지수도 저소득층 아동들이 4.2점으로, 중산층 이상(3.8점)보다 더 높았다. 정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 “마스크 싫어” 아이 말에 버럭… 저소득층 부모 ‘공감’ 방전됐다

    “마스크 싫어” 아이 말에 버럭… 저소득층 부모 ‘공감’ 방전됐다

    저소득층, 스트레스 표현에 부정적 반응 ‘아이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등 의사소통 어렵고 우울감 상대적으로 커 중산층 이상, 아이 마음 표현하도록 배려 경제적 상황 악화가 불안·우울감 키운 탓 “코로나 길어져 저소득층 심리방역 필요” 저소득·차상위층 부모들은 자녀들의 코로나19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하기보다는 더 부정적이고 엄격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요인이 부모와 자녀 관계에도 소득계층별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문이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 결과, 저소득층 부모들은 자녀가 스트레스를 표현했을 때 부정적 양육 태도를 보이는 경향성이 2.5점(5점 만점)으로 ‘중산층 이상’(2.3점)보다 높았다. 예를 들어 ‘자녀가 외출 시 마스크가 답답하다며 신경질을 부릴 때’라는 상황이 제시됐을 때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밖에 안 나갈 것이라고 한다’고 압박하는 태도를 드러낸 가정은 저소득층이 2.4점으로, 중산층 이상(2.2점)보다 더 높았다. ‘자녀가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 조사 어떻게 했나

    서울신문은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양극화와 스트레스’를 주제로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 이후 소득 변화와 돌봄 및 교육 관련 31개 항목, 스트레스와 불안감 검사 등 75개 항목으로 나눠 총 106개 문항으로 진행됐다. 이 중 스트레스·불안감 검사는 부모·자녀가 느끼는 ‘코로나 불안 척도’, 아동이 느끼는 부정적 정서에 대한 부모의 양육 태도, 부모의 양육스트레스 등 4개 분야로 나눠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활용된 코로나 불안 척도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영국·홍콩 등 주요 대학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척도로 국제적으로 검증된 검사 도구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저소득층 “내 아이 더 가난해질 것”  중산층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

    저소득층 “내 아이 더 가난해질 것” 중산층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저소득·차상위계층 가구의 학부모 3명 중 1명은 본인뿐 아니라 자녀의 경제적 미래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서울신문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저소득·차상위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조사 결과다. ‘본인과 자녀의 경제적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소득층 학부모의 경우 ‘현재보다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29.2%로 ‘잘 모르겠다’(31.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이 400만원 이상(중산층 이상) 학부모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41.4%,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3.4% 순으로 많아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미래를 더 낙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격차는 코로나로 인한 소득 변화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지난해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저소득층 응답자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답한 비율이 31.8%로, 소득이 감소하지 않은 중산층 가구 중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16.5%)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많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녀 세대의
  • 중산층 ‘온라인 과외’ 늘릴 때, 저소득층 ‘학습지’로 버텼다

    중산층 ‘온라인 과외’ 늘릴 때, 저소득층 ‘학습지’로 버텼다

    저소득층 29% 공교육 공백에 교육비 늘어 학습지 구독 21.4% 학원 17.9% 과외 8.3% 중산층, 감염 우려에 月20만원 온라인 과외 소득 계층별로 月사교육비 최대 10배 차이 ‘부모가 수업·과제 돌봄’ 57% vs 39% 격차 저소득층 “줌수업용 기기 있다” 절반 그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간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각 가정의 교육 편차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 400만원 이상(중산층 이상) 가정은 저소득층과 비교할 때 부모의 자녀 교육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사교육에 대한 비용 투자가 많았다. 가정 내 교육도 소득 계층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양극화와 스트레스’를 주제로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 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중산층 이상의 사교육비 변화는 ‘코로나 이전과 비용 변화가 없다’가 45.3%였고, ‘20만~30만원 증가’ 답변과 10만원 미만이라는 답변이 각각 10.2%로 동일했다. 저소득층은 ‘비용 변화가 없다’가 26.4%, ‘10만원 미만 증가’가 13.9%,
  • 소득 줄어 불안감 커진 가정… “자녀와도 갈등”

    소득 줄어 불안감 커진 가정… “자녀와도 갈등”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는 가정 내 자녀 교육과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신문이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저소득층 될까 봐” 중산층도 소득에 민감 코로나 이후 가계소득 증감에 따른 부모의 코로나 불안 및 스트레스 지수는 ‘중산층 이상’ 그룹 중 소득이 줄어든 가정이 평균 3.1점(5점 만점) 수준으로, 감소하지 않은 가정의 평균(2.7점)보다 0.4점 높았다. 비교적 안정적인 ‘중산층 이상’도 소득 감소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코로나로 소득이 줄어든 중산층의 경우 스스로를 ‘예견된 저소득층’으로 생각하고 계층·지위 하락을 두려워하면서 더 큰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는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는 양상이다. 수입이 줄어든 중산층 가정의 아동 스트레스는 3.9점으로, 저소득층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3.9점)만큼이나 높았다. 반면 가계소득에 변동이 없는 중산층 자
  • 재택 사교육 vs 디지털 중독… 경제력 따른 교육 편차 더 커져

    재택 사교육 vs 디지털 중독… 경제력 따른 교육 편차 더 커져

    서울 서초구에서 전문적으로 수학 과외를 하는 윤미경(가명)씨는 지난해부터 유례없는 ‘코로나19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강남의 중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나 있는 그에게 ‘우리 애도 맡아 달라’는 부탁이 빗발쳤다. 그의 1대1 과외 시간표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촘촘히 짜여 있다. 코로나 이전의 윤씨는 방과 후나 방학 기간에만 과외를 맡았다. 초·중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후부터 학기 중 과외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학교 출석체크만 하고 수학 수업은 윤씨에게 듣는다. 선행 진도는 학교를 다닐 때보다 시간 투자 대비 초고속이다. 윤씨는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은 구체적이다. 중학교 2학년생 엄마가 ‘애가 고1 과정까지 학원에서 선행을 마쳤으니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고3 과정을 마쳐 달라’고 하면 이에 따라 재택 교육 일정을 정한다”며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가 입시 과목을 압축적으로 선행할 기회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고액 컨설팅과 과외를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코로나로 인한 교육 공백을 만회하고자 사교육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사교육 중독’ 수준이라는
  • 제주서 한 달 영어 캠프·1대1 홈트 공부도 친구관계도 ‘그들만의 캐슬’

    제주서 한 달 영어 캠프·1대1 홈트 공부도 친구관계도 ‘그들만의 캐슬’

    “캠프비용 270만원 상관없이 또 보냈으면” 코로나 청정국 뉴질랜드로 ‘도피 유학’ 등 학습 공백에 무너지는 생활 패턴 잡아줘 “돈·네트워크로 관리… 격차 커질 수밖에” “학교는 최소한의 교육기회 보장되는 곳 회복 늦을수록 극단적 양극화 세대 될 것” 고소득층 부모들은 준비 없이 온 ‘교실 없는 시대’ 충격에 적극 대응한다. 공교육의 빈자리를 상쇄하는 경제력 역량 차이가 학습 격차를 넘어 사회적 관계와 정서 발달 차이로 이어지는 ‘신격차 시대’를 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김민지(10·가명)양은 지난달 4주짜리 제주도 영어캠프를 마쳤다.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이 준비한 10명 내외 소규모 캠프였다. 이 학원은 매년 미국, 캐나다에서 진행한 캠프를 이번에는 제주도의 소수 정예로 대체했다. 기존 영어학원 원생만 캠프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비용은 비행기표와 한 달간 숙식을 포함해 총 270만원이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캠프 장소는 인적이 드문 제주도 외곽 지역에 있는 펜션을 통째로 임대했다. 대규모 영어 캠프들은 취소된 반면 김양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소규모 그룹 운영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피했다. 아이들은 3명씩 한방에서
  • 한창 뛸 나이에 ‘폰콕’… “처음엔 두통·복통, 심하면 우울증”

    한창 뛸 나이에 ‘폰콕’… “처음엔 두통·복통, 심하면 우울증”

    스트레스 못 풀어 두통·복통 호소 급증 작년 우울증 치료받은 0~19세 20% 늘어 “불규칙 수면·폭식 악화 땐 심리 검사를” “아동 디지털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육체 활동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이는 아이들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아이들의 정신적 위험도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자신의 증세를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두통(긴장성 두통)이나 복통(과민성 대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병원을 찾는 아동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 확산 이전 대비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조명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를 받은 0~19세 아동은 4만 9118명이었지만 2020년엔 10월 기준 4만 2852명으로 이미 전년 12월 수준에 근접했다. 이 같은 추세로는 2020년 우울증 치료를 받은 0~19세 아동 숫자는 전년 대비 약 20
  • 하루 10시간, 스마트폰 세상에 갇혀 어느새 ‘학포자’… 게임 캐릭터 친구뿐

    하루 10시간, 스마트폰 세상에 갇혀 어느새 ‘학포자’… 게임 캐릭터 친구뿐

    모범생이던 다영이, 엄마 실직 뒤 폰 집착 뺏으면 물건 던지고 자지러져 상담만 15번 ‘영상 만들기’에 빠져 낮밤 뒤바뀐 동준이 보충수업도 무기력, 유일한 외출은 편의점 취약층 아동 66%, 폰 사용시간 크게 늘어 “돌봄 공백에 정서적 우울·학습 격차 심화” 지난해 직장을 잃은 엄마와 매일 다투는 윤다영(10·가명)양과 침대에서 이불만 덮어쓴 채 겨울을 나는 오동준(13·가명)군의 일상은 코로나가 키워 온 관계 단절·소외의 모습과 닮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윤양은 매일 10시간 가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엄마가 썼던 구형 스마트폰, 사촌 오빠가 준 공기계, 자신의 키즈폰까지 3개의 단말기로 유튜브, 틱톡, TV 프로그램, 게임까지 반짝이는 눈으로 작은 스크린만 종일 응시한다. 윤양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예능 프로그램인 미스트롯. 둘 다 시청 가능 관람 등급이 19세, 15세로 윤양에게 부적합하다. ●엄마와 소원했던 아이, 함께 생활에 갈등 커져 엄마 양모(41)씨는 “매일 싸웠다. 코로나 이전에는 학교에서 모범생이라고 칭찬받던 아이가 지금은 두 얼굴의 악마가 됐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윤양의 디지털 중독 증세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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