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 만화가 이현세
갓 태어나서 큰집에 양자로 갔다
10대의 나는 연좌제에 떨었다
20대의 나는 까치였다
30대의 나는 최고 작가였다
40대의 나는 영화를 말아먹고 심의·검열과 싸웠다
50대의 나는 내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다
60대의 나는 웹툰을 배웠고 처음 신인상도 받았다
70대의 나는 동화를 쓰고 싶다
20년 동안 ‘삼촌’과 ‘숙모’로 알아 왔던 분들이 실제로는 나를 낳아 준 사람들이었다. 나 자신의 우둔함에 질식할 것 같았고, 아무 말도 안해준 식구들이 야속했다. 방황하기를 한 달여, 그 숙모가 조용히 말했다. “친자식에게 더운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인 나만큼이나 아프겠니. 나를 봐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 어머니는 눈빛으로 아들의 마음을 읽으셨던 것이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박찬호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자기가 이긴 게임에서 던진 공들, 경기장 입장권을 다 갖고 있는 친구예요. 미국 생활에서 여러 번 위기가 왔는데, 그때마다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포기를 못했다더군요.”
화실 창가에 놓인 박찬호 투구 모습 모형(피규어)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그가 말했다. 그는 박찬호를 매우 좋아하고, 또 친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