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책꽂이]

    [책꽂이]

    한국 사람 만들기 1 (함재봉 지음, 아산서원 펴냄)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이 ‘한국 사람’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5가지 담론 ‘친중 위정척사파’, ‘친일 개화파’, ‘친미 기독교파’, ‘친소 공산주의파’, ‘인종적 민족주의파’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450쪽. 3만원. 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집 마당에 묻힌 유해 폐기물과 불길한 동거를 하게 된 유나는 책임감은 없고 말만 무성한 어른들의 세계를 목도하며 자신만의 ‘해적판’을 써나간다. 227쪽. 1만 2000원. 유령의 자연사 (로저 클라크 지음, 김빛나 옮김, 글항아리 펴냄) 인류의 가장 오랜 오락인 유령 현상의 전말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시대와 문화에 따라 이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좇는다. 440쪽. 1만 8000원.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짧게, 별다른 돌출행동 없이, 한국을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분을 얻고, 트럼프는 실리를 챙겼다’는 뉴스 사이로 일본 각료 몇이 한·미 양국 정상의 국빈만찬 메뉴를 트집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자미구이와 한우 갈비구이 등이 식탁에 올랐지만 그들이 트집 잡은 건 ‘독도 새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베트남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강경화 외무장관에게 “독도 새우를 사용한 메뉴가 포함된 것”을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외국 정부가 타국의 요인을 접대하는 것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않겠지만, 왜 그랬을까 싶다”며 독도 새우가 만찬에 오른 것을 불쾌해했다. 독도, 아니 다케시마가 엄연히 일본 땅이라는 ‘어필’을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만찬에 초대된 것도 그네들로서는 못마땅했을 게다. 일본은 요즘 부쩍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한다. 정치적 노림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어종은 물론 독도 인근에 산재하는 지하자원 등 경제적 잇속도 독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를 차지할 명분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일제강점기 독도에서 처참
  • 헛헛하지만 따뜻한 이주 빈민들의 삶…

    헛헛하지만 따뜻한 이주 빈민들의 삶…

    내 마음의 낯섦/오르한 파무크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652쪽/1만 6800원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다. 낯선 이웃, 새로운 일터, 넉넉지 않은 살림 형편, 늘 마음 한 편에 자리잡은 불안함…. 그럼에도 새롭게 둥지를 튼 보금자리의 온기를 뭉근하게 지킬 수 있는 건 가족과 연인의 사랑 덕분이다. 터키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새 장편소설 ‘내 마음의 낯섦’은 이렇듯 도시로 이주한 빈민의 생생한 삶을 터키의 현대사와 함께 풀어낸다. 이스탄불의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한 작가가 그간의 작품에서 이스탄불을 중상류층의 공간으로 다뤄 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빈민들의 터전에 주목한 점이 사뭇 인상적이다. 1950~6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이스탄불을 찾은 이민자들이 지은 ‘게제콘두’(무허가 집)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아파트로 변모하는지, 그 당시 빈민가의 삶이 어땠는지 등 작가의 꼼꼼한 취재 덕분에 방대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다. 소설은 이스탄불에서 터키의 전통 음료인 ‘보자’를 파는 거리상인 메블루트와 그 가족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중심
  • 유전자 가위질 시대… ‘교정’인가 ‘교란’인가

    유전자 가위질 시대… ‘교정’인가 ‘교란’인가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김홍표 지음/동아시아/336쪽/2만원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전방욱 지음/이상북스/332쪽/1만 8000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70만명을 훌쩍 넘는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모기를 차츰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암컷 모기의 DNA를 살짝 건드려 불임을 유발하면 이 유전자가 후손들에게 유전되면서 알을 낳지 못하는 암컷 모기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이 같은 실험 계획은 영국에서 시작돼 중국에서 실제 진행되고 있다. 특정 유전자만 찾아내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신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이용해서 말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발견으로 인간은 신의 영역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이나 에이즈 같은 난치병을 치료할 길이 열렸지만 동시에 예상할 수 없는 생태계 혼란과 윤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가위를 두고 ‘편집’이냐 ‘교정’이냐 용어 싸움도 뜨겁다. 과학 저술가로 활발한 김홍표 아주대 약학교수는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동아시아)을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원과 최신 연구 동향, 전망 등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 카뮈의 절친 프랑스 유명 편집자 로제 그르니에 별세

    카뮈의 절친 프랑스 유명 편집자 로제 그르니에 별세

    ‘이방인’ ‘페스트’로 잘 알려진 알베르 카뮈의 절친인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편집자 로제 그르니에가 9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갈리마르 출판사 최장수 편집위원인 로제 그르니에가 8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숨을 거뒀다. 1964년부터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창립자인 가스통 갈리마르 때부터 편집위원으로 활동해 3대째 출판사 편집위원으로 일해 최장수 편집위원 기록을 세웠다. 더군다나 최근까지도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저서를 꾸준히 내오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겨울 궁전’ ‘파르티타’ ‘이별 잦은 시절’ 등의 50여 권 소설과 에세이를 남긴 그는 ‘시네로망’으로 1972년 페미나상을 받고 1985년 이전까지 출간된 모든 저서에 대해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대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도 많은 인물이었다. 국내에서나 프랑스에서도 대중적 인기는 높지 않지만 문학계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소설가이자 감식안이 뛰어난 문학편집자로 꼽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명한 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에게 수학했고 나치 점령하의 파리에서 레지스탕스에 몸담아 1944년 8월 파리 해방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르니에가 유명한 것은 알베르
  • 세계적 문인 고은 선생, 카이스트 석좌교수 됐다

    세계적 문인 고은 선생, 카이스트 석좌교수 됐다

    세계적인 문인이자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선생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의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카이스트는 8일 고은 시인을 인문사회과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임용기간은 11월 1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다. 일반적으로 석좌교수나 초빙교수로 임용될 경우 인사발령을 낸 뒤 임명장 수여식 같은 행사를 갖지 않지만 고 시인에 대해서는 특별히 오는 27일 신성철 총장 등 보직자들이 모인 가운데서 임명장 수여식도 가질 예정이다. 고은 선생은 오는 10일 오후 4시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시와 세계’라는 주제로 석사 리더십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측은 세계적인 문인인 고은 선생을 초빙해 정기적, 비정기적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신성철 총장은 “고은 선생께서 인문학부 교수로 오셔서 카이스트 학생들과 폭넓게 소통하시면서 이공계 학생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미래를 향한 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 선생은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특별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 서울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장, 밀라노 암브로지아나 아카데미 회원,
  • 시 만지고 퍼뜨린 17년… 그에게도 詩요일이 왔다

    시 만지고 퍼뜨린 17년… 그에게도 詩요일이 왔다

    박신규(45) 시인에게 시는 짓기보다 만지고 퍼뜨리는 게 먼저였다. 창비의 17년차 문학 편집자(현 편집전문위원)로 200여권의 시집, 소설을 엮어 온 게 첫째. 시앱 ‘시요일’의 기획·운영을 이끌며 6개월 만에 10만명의 독자를 시의 자리로 불러 모은 게 둘째였다. ●20년 쓴 시… 외로운 시절 진혼하다 고은의 ‘만인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공지영의 ‘도가니’, 황석영의 ‘바리데기’, 창비 세계문학 등 무수한 화제작을 빚어낸 그가 자신의 서사를 들려준다. 시를 쓰지 못하는 허기가 외려 동력이 됐을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창비)를 통해서다. 20대 습작 시절부터 최근까지 써 온 100여편의 시 가운데 골라낸 60편에서 흐르는 시인의 성찰은 간명하지만, 줄곧 아파 온 개인과 사회의 속내를 꿰뚫는다. “20여년간 써 온 시들을 묶어 놓고 보니 ‘삶과 죽음 앞에 한없이 낮게 엎드려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네요. 한 시절이 아니라 그립고 외로운 여러 시절을 이제야 진혼하고 떠나보냈다는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죽여 달라, 사일 만에 깨어나 어머니에게 악쓰다가 혼절한 병실, 고열에 녹아 내 온몸을 흐르다가 수술 자국 틈으로 새어 나오던 말,/
  • “터키 독자에게 영감 주는 것이 곧 연대”

    “터키 독자에게 영감 주는 것이 곧 연대”

    “터키인들 문화적으로 유연… 한국 문학 잘 받아들여 놀라”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주목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고통을 겪는 터키인들을 떠올렸습니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쿠데타가 많았는데 그런 게 국민에게 늘 상처였죠. 이런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치료하기조차 힘들죠. 소설의 화자인 소년이 극단적인 고통에 내몰려도 동정을 자아내기보다 오히려 독자를 웃게 만들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전 참전했던 터키인 이야기 소설가 손홍규의 장편소설 ‘이슬람 정육점’에 대한 터키 영화감독이자 소설 평론가인 르자 카르치의 평이다. 2010년 출간된 이 작품은 터키군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남아 정육점을 운영하게 된 터키인 하산이 주인공이다. 그가 마음속 상처가 큰 고아 소년을 입양해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의 따뜻함을 알아 간다는 내용이다. 터키에는 2013년 소개됐다. 5일 이스탄불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튜얍전시장 내 한국관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카르치 감독과 손 작가는 40여명의 독자 앞에 앉았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젊은 학생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행사 이후 이어진 사인회에서도 현지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참전했고, 온
  • 소셜네트워크 된 소설…한국과 터키를 잇다

    소셜네트워크 된 소설…한국과 터키를 잇다

    최근 케이팝,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문학 한류가 싹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올해 출간 이후 7개월 만에 6쇄를 찍으며 인기를 끄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투야프전시장에서 개막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한국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올해 36회째인 이번 행사는 매년 평균 50만명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규모의 도서전으로, 한국은 올해 세 번째 참가다.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7일까지 252㎡ 규모의 한국관을 운영하는데 터키어로 출간된 한국 문학도서 15종을 비롯해 총 140여종을 전시 및 소개한다. 몇몇 터키 출판사 부스에서는 현지 10대들이 ‘시크릿 가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마이 프린세스’, ‘상속자들’ 등 국내 드라마를 소설화한 것을 터키어로 번역한 책을 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국 순수문학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2001년 최윤의 ‘회색 눈사람’과 이청준의 ‘눈길’ 등 총 15종의 문학작품이 터키어
  • 이스탄불에 케이팝, 드라마 넘어 문학 한류 싹 틔운다

    이스탄불에 케이팝, 드라마 넘어 문학 한류 싹 틔운다

    최근 케이팝,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형제의 나라’ 터키에 문학 한류의 싹을 틔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올해 출간 이후 7개월 만에 6쇄를 찍으며 인기를 모으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데 힘입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4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투얍전시장에서 개막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한국 전시관에는 터키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 올해 36회를 맞이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은 매년 평균 50만명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올해 세 번째로 이 도서전에 참가한 한국은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7일까지 252㎡규모의 한국관을 운영한다. 터키어로 출간된 한국 문학도서 15종을 비롯해 그림책, 어학 서적 등 한국 도서 총 140여종을 전시 및 소개한다. 개막일인 4일 조윤수 주터키대사, 김진곤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누만 쿠르툴무쉬 터키 문화관광부 장관, 바십 샤힌 이스탄불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관에서 주빈국 개막식이 열렸다. 누만
  •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똑똑함의 숭배/크리스토퍼 헤이즈 지음/한진영 옮김/갈라파고스/404쪽/1만 7500원 “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문맹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래리 서머스(전 미 재무장관)와 밥 루빈(전 미 재무장관)은 자신들이 이 세계를 다스리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했죠. 앨런 그린스펀(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요. 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미국 주요 투자은행에 30년간 컨설팅을 해 온 유럽 경제학자는 우리 사회 최상부에 있는 권력층, 엘리트층에 대해 이런 불신과 분노를 털어놓았다. 그의 말은 미국 국민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품고 있는 환멸의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벌거벗은 임금님’들이 초래한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엔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뉴올리언스 사태,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등 실패의 뿌리에는 엘리트들의 무능과 부패가 있었다. 미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겨울 국정농단 사태에 치밀하게 가담한 엘리트층의 추악한 민낯에 경악할 대로 경악한 바 있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 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는 이 모든 폐단은 엘리트층에게
  • [그 책속 이미지] ‘온 우주’ 부모의 사랑 받아 불안 한 점 없이 단잠 든 아이

    [그 책속 이미지] ‘온 우주’ 부모의 사랑 받아 불안 한 점 없이 단잠 든 아이

    수녀님, 서툰그림 읽기/장요세파 수녀 지음/선/308쪽/2만원 단잠 자는 아이의 얼굴에선 불안 한 점 읽히지 않는다. 아이에겐 온 우주인 부모의 꽃그늘, 사랑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순전한 잠에서 저자는 ‘생명은 저 혼자 독야청청하는 법이 없다’는 생과 사의 진리를 짚어낸다. ‘그물이 촘촘하고 넓을수록 그 속에는 많은 생명들을 담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내 것을 하나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겠다면 아무리 여러 생명들이 만나도 그물은 형성될 수 없고, 다른 생명을 키워낼 수가 없습니다. 자연은 이 생명을 키우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몸을 보시합니다.’ 책은 35년간 수도의 길을 걸어온 마산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의 장요세파 수녀가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의 작품 99점을 보며 묵상한 기록들이다. 새벽 3시 30분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오직 기도와 노동으로만 기워진 ‘봉쇄 구역’에서 저자는 그림을 통과해 세상 밖 누구보다 인간과 세계, 종교와 예술의 본질에 가닿는다. ‘예술가들은 신의 통역자’라는 말은 저자에게 돌려줘야 할 것 같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꼰대 탈출’ 다름 인정이 첫발

    ‘꼰대 탈출’ 다름 인정이 첫발

    꼰대의 발견/아거 지음/인물과사상사/224쪽/1만 3000원 꼰대는 일반적으로는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을 칭하는 은어다.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속담처럼, ‘주름잡는 사람’이란 의미란다. 자유롭기 위해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글을 쓰는 저자는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고,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꼰대로 본다. 어느 누가 꼰대라는 것은, 그 자신만 빼놓고는 다 안다. 혹 자신이 꼰대라는 걸 발견하게 될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말한다. 나와 다른 삶을 인정하는 게 꼰대 탈출의 첫걸음이라고. 듣고, 회의(懷疑)하고, 의심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자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도시도 살고 삶의 질 향상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도시도 살고 삶의 질 향상

    가장 도시적인 삶/황두진 지음/반비/520쪽/2만 2000원 무지개떡은 다양한 색물을 들여 화려하게 보이는 떡을 말한다. 색은 달라도 맛은 매한가지인데, 무지개떡 건축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개념이다. 층별로 용도가 다른, 떡으로 치면 맛까지 다른 건축을 말한다. 실무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꾸준히 글쓰기를 해 온 저자는 ‘중층 고밀도 주상복합 건축’을 무지개떡 건축이라고 표현한다. 쉽게 말해 상가 아파트다. 저자는 우리 건축사에서 저평가된 상가 아파트가 삶터와 일터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도시를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행태이며 이러한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좋은 도시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가 서울신문과 함께 2016년 5월부터 30주간 전국을, 해외를 누비며 직접 사진까지 찍어 가며 펼쳤던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를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한민국 여성 1호 영화감독·디자이너 인생승리 분투 기록

    대한민국 여성 1호 영화감독·디자이너 인생승리 분투 기록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노라노 우리 패션사의 시작/박남옥·최효안 지음/276쪽·216쪽/1만 4000원·1만 2000원 역사는 승자, 대부분 남성들의 기록이다. 그 탓에 도전적이고 재능 있는 여성들의 씩씩한 발걸음은 주목받지 못했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에서 승자가 되었던 여성들의 생애를 돌아보는 건 조금 더 완전한 역사에 가닿는 길이다. 출판사 마음산책이 ‘우리 여성의 앞걸음’이라는 주제로 각계각층에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인생사와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는 시리즈를 펴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과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개최한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의 삶을 담은 책 두 권을 펴내며 문을 열었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은 32세에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갓난아기를 업은 채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기저귀 가방을 들고 영화판에서 악전고투한 박남옥의 자서전이다. 단 한 편의 영화 ‘미망인’을 남기고 사라진 박 감독은 1997년 서울영화제에서 ‘미망인’이 재개봉되면서 대중에게 존재를 알렸다. 이후 임순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을 통해 미국에서의 생활이 공개됐지만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