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매일 만나는 건축물…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매일 만나는 건축물…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김광현 지음/뜨인돌/708쪽/3만 5000원 35년 전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살 집은 내가 설계한다”고 하셨다. 설계에 맞춰 살고 있던 1층 집을 부수고 3층짜리 새집을 올렸다. 아버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3층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모서리 쪽이었다.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온 뒤 철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문까지 20여m 정도 외부 복도를 두었는데, 윗부분 모서리를 사선으로 깎아내 10개의 대형 여닫이 창문을 달았다. 복도에는 100여개 화분을 줄지어 놔뒀다. 비가 오면 아버지는 옥상으로 올라가 창문을 모두 여셨다. 그러면 창문으로 떨어지는 비가 그대로 화분에 내려앉았다. 참으로 황홀한 풍경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창을 열어 두면, 복도로 계절마다 다른 바람이 들어왔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은 외부 복도 끝까지만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버지는 복도로 나 있는 창에서 햇빛 속에서 노는 우리 남매를 즐겁게 지켜보시곤 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집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아버지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무수한 건축물 안에서 살아간다. 집이라는 건축물 안에서 먹고 잔다. 회사라는 건축물 안에서 일한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문학 작품 읽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문학 작품 읽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2017년 3월 10일, 꼭 1년 전 오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그사이 국정농단의 핵심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30년형을 구형받았다. 또 한 명의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장본인이다. 한국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후 바람 잘 날 없는 시절을 보내는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 탓이 크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책임도 무거워지는데, 책임은 방기한 채 권력 사용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통령의 ‘인문적 소양’을 문제 삼기도 한다. 권력 사용에 앞서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힘써야 하는데, 그 밑바탕은 결국 인문적 소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최선의 방책은 책인데, 하여 대통령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각양각색의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이다. 마텔은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당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한 권의 책과 편지 한 통을 보냈다
  •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주저앉는다. 큰 키의, 짙은 눈썹을 가진 밤이, 깊고 어두운 글자들을 품은 밤이 무너져 내린다. 밤의 글자들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진다. 바다를 건너가던 황혼의 글자는 섬이 되었고, 빗속에서 태어난 글자는 우산을 두 개나 잃어버렸다.”(박상순 ‘밤이, 밤이, 밤이’ 중) “밤이 되면 레몬이 빛나고 레몬이 자라는데/떠오르는데//우리에게 계속 레몬 향이 흘러나와서 권태로운 고백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양안다 ‘레몬 향을 쫓는 자들의 밀회’ 중) 시단의 허리를 이루는 중견 시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내는 신인까지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닌 시인 6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시집 세트가 나왔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실은 작품을 6권의 시집으로 묶어 출간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 1’ 이다. 박상순의 ‘밤이, 밤이, 밤이’,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이기성의 ‘사라진 재의 아이’, 김경후의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유계영의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의 ‘작은 미래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문학은 문학의 위상이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순문학의 본질에 집중하
  •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해라…” 청년 법정의 ‘출가’ 편지

    가족 등진 죄책감… 번뇌 고스란히 살뜰하면서도 단호한 ‘인간 법정’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작은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너희들을 배반하였다. 출가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일생 동안을 중노릇 할 것은 아니다.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동안만은 죄인이다.” (1956년 3월 21일)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전남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청년 박재철은 출가를 결심하고 홀연히 길을 떠났다. 가족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작은아버지 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인 사촌동생에게만 이 사실을 편지로 알렸다. 사촌동생에게 틈틈이 보낸 스님의 편지에는 가족을 등진 자신에 대한 질책과 떨칠 수 없는 죄책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책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책읽는섬)는 법정 스님(1932~2010)이 출가한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아홉 살 아래 사촌동생 박성직씨에게 보낸 편지 50여통을 엮은 것이다. 2011년 ‘마음하는 아우야’라는 제목으로 나왔
  •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국정농단의 실체를 되돌아보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2016년 촛불 집회가 시작된 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고 통찰하는 책들을 내놓은 출판계가 대통령 파면 결정 1년을 맞아 내부고발자와 저널리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국정농단 현상을 짚고 나섰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내부고발자였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출간한 ‘노승일의 정조준’(매직하우스)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최순실 측근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상황들을 세밀하게 복원한 ‘2년간의 일기’ 같은 책이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해 온 저자는 2014년 최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인생을 바꾼 잔인한 만남’으로 회상한다. 시종일관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최씨의 고압적인 태도와 그 순간 노씨가 느낀 자괴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노씨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2015년 8월로 꼽는다.
  • “스웨덴은 열심히 일한 만큼 확실하게 쉰다”

    “스웨덴은 열심히 일한 만큼 확실하게 쉰다”

    “한국 과제는 30년 전 우리도 겪어… 정부는 사회적 합의 최우선해야” 혁신과 성장, 복지, 성평등, 행복과 관련한 나라별 조사에서 스웨덴은 항상 전 세계 최상위를 차지한다. 한국은 그런 스웨덴을 마냥 부러워한다. 신간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대사는 5일 서울신문과 만나 한국인들의 이런 성향을 꼬집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사로 지냈던 그는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 많은 학생과 연구자가 항상 ‘스웨덴은 어떻게 성장했느냐?’고 묻는다”면서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은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은 완벽한 나라가 아니며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금 한국이 직면한 과제들은 30년 전 스웨덴이 고민했던 부분들이어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책은 스웨덴 대사관에서 30년째 일하는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이 기획하고 함께 썼다. 10살짜리 꼬마,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를 비롯한 15명의 스웨덴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다니엘손 전 대사와 박 실
  • “잘하는 것이 있든 없든 모두 행복할 자격 있죠”

    “잘하는 것이 있든 없든 모두 행복할 자격 있죠”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벽이 눈앞에 다가왔다가 이내 멀어진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왔다 갔다 이어지는 철제 계단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건축도면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그림들이나 마냥 차갑거나 딱딱하지 않은 것은 그린 이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집짓기가 아닌 그림책을 짓고 있는 정진호(31) 작가는 특이한 경력에 더해진 남다른 시선으로 데뷔하자마자 일을 냈다. 2014년 펴낸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이듬해 세계 최고 권위의 그림책 상인 볼로냐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부분에 이름을 올리더니 올해는 ‘벽’으로 같은 상의 예술·건축·디자인 부문 스페셜멘션(우수상 격)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집을 꿈꾸며 건축을 공부했던 작가가 땅이 아닌 종이 위에 이야기 집을 짓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특히 ‘벽’은 사람의 시선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공간 세계를 투시도법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그의 전공이 십분 발휘됐다.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책 속에 계단, 복도 등 건축적인 요소가 많아요. ‘벽’이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프랑스 롱샹 성당을 바탕으로 했듯이 책 소재도 대부분 건축물에서 따오는 편이에요.” 최
  • 흑백 현실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얻는 여유

    흑백 현실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얻는 여유

    사노 요코 판타스틱 이야기 (사노 요코 돼지, 사노 요코 고릴라)/사노 요코 지음/마음산책/176·148쪽/각 1만 1000원 쓰레기 더미에 뒤엉켜 햇볕에 구워지고 있던 ‘죽은 손수건’과 ‘죽은 고양이’가 삶을 반추한다. “난 아주 짧게 살았던 것 같아. 새처럼, 꽃처럼. 정말 멋졌는데. 난 다시 한번 새하얀 손수건이 되어도 똑같이 살 거야. 새처럼, 꽃처럼.”(손수건) “(살아 있을 때 난) 시시하고 평범한 고양이. 딱히 특별한 것도 없었고. 뭐든 마음에 들지 않았고, 뭐든 꽤 재미있었지. 죽었다는 건 성가신 게 없어서 고마운 거야.” 이 두 대사에서 저자를 이미 감지해낸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냉소와 회의를 거칠 것 없이 드러내면서도 삶을 이루는 작은 것들을 넉넉히 품어내는 세계관과 문장에서말이다. 국내에서는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100만번 산 고양이’을 쓴 일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다. 사노 요코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신비로운 상상력과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에 대해 통렬하면서도 위트 있는 통찰이 직조된 이야기들이 두 권의 책으로 펴 나왔다. 각각 두 편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노 요코 돼지’와 ‘
  • [책꽂이]

    [책꽂이]

    인정사정, 조선 군대 생활사·조선 최정예 군대의 탄생 (원창애 외 10명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조선 후기에 설치된 중앙군영인 훈련도감 소속 군인들의 갑옷, 군사훈련, 생활난 등 당시 생활상을 조명한다. 각 권 319·317쪽. 각 권 1만 6000원. 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지음, 편영수 옮김, 솔 펴냄) 유대계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한 친구인 저자가 카프카의 생애와 작품 세계, 두 사람이 나눈 23년간의 우정을 회고한다. 728쪽. 3만 5000원. 작가의 책상 (질 크레멘츠 지음, 박현찬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스티븐 킹, 존 치버, 필립 로스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56인의 책상 풍경과 함께 작가들의 사소한 습관, 개성적인 작업 방식을 소개한다. 144쪽. 1만 6800원. 종례시간 (김권섭 지음, 다산초당 펴냄)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고전 연구가인 저자가 30여년간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전한 이야기 가운데 학생들로부터 특히 호응을 얻었던 88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20쪽. 1만 4000원. 까마귀책 (마츠바라 하지메 지음, 김봄 옮김, ㅁㅅㄴ 펴냄) 일본 전역과 아시아를 돌아다
  • [이주의 어린이 책] 5분만 더  잘까 말까 결정하기  넘 어려워

    [이주의 어린이 책] 5분만 더 잘까 말까 결정하기 넘 어려워

    어떻게 할까?/신소라 글·그림/현북스/40쪽/1만 2000원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전쟁 같은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두 갈래의 길 앞에서 고뇌한다. 학교에 가려면 일어나야 하는데 5분만 더 잘까, 말까. 밥에 들어 있는 콩은 먹기 싫은데 먹을까, 말까. 학교에 빨리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선생님이 물어보는 저 질문의 답을 알 것 같은데 손을 들까, 말까. 동네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도 갈까, 말까. ‘어떻게 할까?’의 주인공 아이 역시 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묻는다. “할까, 말까?” 순간의 선택에 놓일 때마다 한쪽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지 아이의 표정은 꽤 심각하다. 삶이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는 또 한 번의 기로에 놓인다.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집에 데려가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는 부모님 몰래 자신의 방에 강아지와 함께 들어선다. 자신의 선택에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아이의 표정은 새삼 환하다.
  • CEO들은 ‘배면뛰기’에  왜 감탄했을까

    CEO들은 ‘배면뛰기’에 왜 감탄했을까

    다르게 뛰기/마이클 바엘리 지음/공보경 옮김/처음북스/400쪽/1만 6000원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선전한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 ‘팀 킴’의 활약은 한동안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에서 마지막 순간 역전승을 이끌어낸 장면은 특히 주목받았다. 숨 막힐 듯한 부담감 앞에서도 선수들이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 간의 완벽한 호흡과 위기 앞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강인한 의지 덕분이다. 인생이라고 다르랴. 스포츠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것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일 터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운동 수행 능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는 스포츠심리학을 인생에 접목하면 우리의 성과도 향상되지 않을까. 스포츠에서 기록을 결정하는 다양한 심리 요인을 연구해 온 저자는 경기력과 연관 있는 사고 과정과 행동 패턴은 인간이 수행하는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심리학의 교훈을 따르면 개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조직의 성공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당시 무명의 높이뛰기 선수인 리차드 더글라스 포스베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혁신
  •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김미정 옮김/알마/560쪽/1만 9800원 지난 200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사건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도쿄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에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부동산업자인 48세 남성 오바라 조지. 김성종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인 이민 2세대였다. 사건 자체야 단순했지만, 이면에 뭔가 거대한 배경이 웅크리고 있음을 직감한 저자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건의 배경을 추적했다. 책은 피해자의 삶 등 여러 일을 들춰보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무래도 범인이 한국인 2세라는 것이 가장 관심이다. 오사카 최고의 갑부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오바라는 버블 경제의 호황 속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했다. 동시에 그의 사생활도 비뚤어져 갔다. 그의 집에선 각기 다른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담긴 150개의 비디오테이프와 노트 등이 발견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1000개부터 4800개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법정에는 40개가 제출됐다. 일본 법정에선 자백을 중시한다. 그러나 오바라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이 한 말이 걸작이다. “대부분의
  • [그 책속 이미지] 전성기만 못한 그림… 거장의 노년엔 무슨 일이 있었나

    [그 책속 이미지] 전성기만 못한 그림… 거장의 노년엔 무슨 일이 있었나

    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이연식 지음/플루토/304쪽/1만 6500원 여기 두 개의 그림이 있다. 왼쪽 그림은 선이 선명하고 묘사가 세밀하다. 오른쪽 그림은 형체가 뭉개지고 선도 투박하다. 전체적인 색감도 탁하다. 누가 봐도 왼쪽 그림이 더 낫다고 할 것이다. 왼쪽 그림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 에드가르 드가가 35세 때인 1869년 그린 ‘쀼루퉁한 얼굴’이다. 드가는 정확한 소묘에 신선하고 화려한 색채감으로 유명했다. 특히 초상화에서 뛰어났는데, 인물의 순간적인 동작을 포착해 그리는 데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쀼루퉁한 얼굴 역시 불만을 드러내는 여성과 이를 회피하는 남성의 순간적인 모습을 그려낸 그림으로, 드가의 걸작으로 꼽힌다. 오른쪽 그림은 드가가 61세인 1895년 그린 그림이다. 작품명도 ‘쀼루퉁한 얼굴’이다. 노년의 드가는 예전에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곤 했다. 이미 완성해서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선물한 그림도 다시 가져와 몇 주, 심지어 몇 년까지 놔두고 마음 내킬 때 붓질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가가 나타나면 그가 그림을 가져갈까 봐 숨기기까지 했다. ‘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는 전성기 때 화가의 그림이 노년에 어떻게 바뀌는지에
  • 북유럽은  ‘이상적인 나라’이기만 할까

    북유럽은 ‘이상적인 나라’이기만 할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마이클 부스 지음/김경영 옮김/글항아리/552쪽/1만 8500원 스칸디나비아 5개국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는 모순된 점이 많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부유하며, 복지제도와 남녀평등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실현된 곳”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삶의 만족도나 행복을 기준으로 한 조사에서는 늘 1, 2위를 다툰다. 그러나 저자의 말에 따르자면 이 나라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이탈리아나 남프랑스 같은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별장을 짓고 싶다는 사람도 없다. 좋은 여행지로 꼽는 사람도 없다. 그들은 비사교적이고, 즐거워 보이지도 않는다. 물가와 세금은 지나치게 비싸다. 날씨는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부스에게 덴마크는 제2의 고향이다. 그는 부인의 나라인 덴마크에서 10년을 살았다. 스스로 모험심 가득한 기자정신에 비관주의적 면모를 갖췄다고 평가하는 저자는 덴마크가 삶의 만족도 지수 세계 1위라는 기사에 곤혹스러워한다. 정말 그런가? 저자는 그 행복의 정체와 그림자를 파헤치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을 선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책이 ‘여행기’가 아니라는 것. 북유럽을
  • 집다운 집 만들기 위한 조언 ‘집 놀이’

    집다운 집 만들기 위한 조언 ‘집 놀이’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김진애 지음/반비/300쪽/1만 6500원 작은 집 인테리어나 정리법 등 집을 예쁘게 꾸미거나 정리하는 데 팁을 제공하는 책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객관적으로 좋은 집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을 집다운 집으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담은 공간 에세이다. 건축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이며 두 딸을 둔 주부이기도 한 저자는 집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집 놀이’라고 통칭하며 새로운 관점과 태도로 집이라는 공간을 받아들이도록 제안한다. 자신이 불편한 순간, 아이가 슬퍼하는 순간, 모두가 긴장하는 순간을 잘 포착해 집 안에서 그런 경험들을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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