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박혜정, 모친상 넉 달만…천국 향해 들어 올린 ‘은빛 바벨’

“엄마” 박혜정, 모친상 넉 달만…천국 향해 들어 올린 ‘은빛 바벨’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4-08-11 22:15
수정 2024-08-11 22: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머니 남현희씨 올해 4월 작고
박혜정, 슬픔 딛고 올림픽 은메달

이미지 확대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은메달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은메달 역도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 용상 3차 시기 173kg에 실패하고 있다. 2024.8.11 파리=박지환 기자
이미지 확대
역도 박혜정, 인상 131kg 기록
역도 박혜정, 인상 131kg 기록 역도 대표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3차 시기 131kg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4.8.11. 파리=박지환 기자
박혜정(21·고양시청)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은메달을 수확했다.

박혜정의 아버지와 언니는 파리를 찾아 박혜정이 바벨을 높이 드는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어머니 남현희씨는 하늘에 있다.

고인은 약 8년 동안 암과 싸웠다. 박혜정은 어머니와의 작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1년만 더, 몇 개월만 더”라고 기도하며 어머니와의 시간이 조금 더 이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2024년 8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 역도 경기를 ‘어머니가 조금 더 버텨주시길 바라는 기준점’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박혜정의 어머니 남현희씨는 지난 4월 눈을 감았다. 귀한 딸 박혜정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태국 월드컵 출전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박혜정은 장례를 다 마치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4월 10일 태국 푸껫에서 열린 대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0㎏, 인상 166㎏, 합계 296㎏을 기록해 합계 325㎏(인상 145㎏·용상 180㎏)을 든 리원원(중국)에 이은 2위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미지 확대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역도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 경기 인상 3차시기 131kg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4.8.11 파리=박지환 기자
박혜정 “엄마 살아계셨다면, 나를 지금 꼭 안아주셨을 텐데”박혜정은 선부중학교에서 역도를 시작한 직후 ‘포스트 장미란’으로 주목받았다. 고교 시절에는 ‘파리 올림픽부터 한국 역도에 메달을 안겨줄 선수’로 기대가 더 커졌다.

실제 박혜정은 202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023년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연이어 차지했다. 모두가 “올림픽 메달만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 남현희씨는 딸에게 단 한 번도 ‘올림픽’을 화두에 올린 적이 없다.

그는 생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혜정이가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우리 혜정이를 도와준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면 올림픽 메달을 따면 좋겠다”면서도 “엄마를 위해, 가족을 위해 올림픽 메달을 따야겠다는 부담은 느끼지 않아야 한다. 올림픽 메달이 없어도, 혜정이는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딸이다”라고 말했다.

딸의 마음은 달랐다. 박혜정은 파리올림픽 직전까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아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서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게 박혜정의 생각이었다.
이미지 확대
인상 131kg 들어올리는 박혜정
인상 131kg 들어올리는 박혜정 역도 대표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3차 시기 131kg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4.8.11. 파리=박지환 기자
11일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에야 박헤정은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혜정은 “한국 가서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운을 뗀 후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생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가 꿈에 나와 함께 놀러 갔다. 일어나니 내가 울고 있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박혜정이 홀로 아픔을 꾹 누른 건 아니다.

박혜정은 “아버지와 언니가 옆에서 응원해줬고, 박종화 (여자 역도대표팀) 코치님과도 자주 대화했다”며 “많은 분의 지지와 응원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나를 지금 꼭 안아주셨을 텐데. 오늘 경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찾아뵙겠다”며 잘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미지 확대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은메달
여자 역도 +81kg 박혜정 은메달 역도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2024.8.11 파리=박지환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