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생긴 입수 세리머니…“깨끗한 물로 관리”
유소연(27)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면서 ‘호수의 여인’이 됐다.유소연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니아 쇼어 코스(파72)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렉시 톰프슨(미국)과 연장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유소연은 ‘특권’을 하나 갖게 됐다.
‘포피 폰드’(Poppie‘s Pond)라 불리는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이다.
포피 폰드는 다니아 쇼어 코스의 18번홀(파5)을 감싸고 있는 대형 연못이다. 18번홀의 그린은 이 연못에 둘러싸여 작은 ’섬‘ 형태로 돼 있다.
선수들은 다리를 건너야 18번홀 그린에 도달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톰프슨과 공동 1위에 오른 채 4라운드까지 마친 유소연은 18번홀에서 연장전을 펼쳤다.
유소연의 두 번째 샷은 18번홀 그린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3번째 샷인 칩샷은 홀을 2m가량 지나갔다. 유소연은 이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고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확정했다.
톰프슨이 먼저 그린 아래쪽 가장자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이후였다.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우승 명맥이 끊겼던 유소연은 기다렸던 우승을 달성했다는 기쁨에 잠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되찾고 연못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유소연은 캐디, 어머니, 여동생, 에이전트와 함께 포피 폰드를 향해 돌진, 힘차게 입수했다.
이 세리머니는 1988년 우승자 에이미 앨코트(미국)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와 함께 포피 폰드에 뛰어든 것이 시초다.
앨코트 이후 차기 우승자들이 다 이 세리머니를 뒤따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91년 앨코트가 또 한 번 이 대회를 제패하면서 입수 세리머니를 다시 선보였다.
1994년 우승자 도나 앤드루스와 1995년 우승자 낸시 보웬이 이 세리머니에 동참하면서 ’입수 전통‘이 생겨났다.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도 우승의 기쁨을 이 연못에서 펼쳤다.
2004년 박지은(그레이스 박)도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우아하게 다이빙했다.
2012년에는 유선영이 이 연못에 뛰어들었다. 유선영은 “연못에 들어가자마자 ’으악 춥다‘고 생각했다”며 ’충격적인 물 온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박인비가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이름이 바뀐 2015년 이후에도 전통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양팔로 ’하트‘ 표시를 만들고 포피 폰드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황당 사건도 있었다.
2011년 우승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함께 연못에 뛰어든 어머니 캐롤은 다리를 다쳐 병원 신세를 지냈다.
이 때문에 대회 주최 측은 개최 전 연못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승자들이 다이빙 세리머니를 하다가 오염된 물을 마시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최 측은 “이 연못은 물고기와 새들의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깨끗한 물로 수질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포피‘라는 이름은 2008년 은퇴한 이 대회 책임자인 테리 윌콕스 씨를 지칭한다. 윌콕스가 손자들에게 ’포피‘로 불렸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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