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엔 골프 그만둘 생각…딸 얼굴 보고 다시 힘 얻어”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한국여자골프의 ‘원조 신데렐라’ 안시현(32·골든블루)이 국내 정상에 이름 석 자를 다시 새겼다.우승, 그 뒤에 있었던 가족의 힘. 연합뉴스
안시현(오른쪽)은 이날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12년 만에 국내 대회 우승을 일군 뒤 딸을 안고 활짝 웃고 있다.
2003년 신인이었던 안시현은 제주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 나인브리지 클래식에서 박세리, 박지은,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등을 공동 2위로 밀어내고 ‘깜짝 우승’을 차지해 LPGA 투어에 무혈입성한 ‘신데렐라’의 원조였다. 그러나 미국 진출 뒤 초청선수로 출전한 2004년 엑스캔버스 대회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고, 2012년 결혼과 출산, 2013년 이혼이 이어지며 팬들에게 잊혀졌다. 2013년 시드전을 통해 2014년부터 국내 투어에 복귀했지만 상금 랭킹 32위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상금 랭킹 42위로 부진하더니 올해도 9개 대회에서 ‘톱10’ 한 차례 없이 상금 랭킹 60위(3239만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전성기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해 12년 만의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으로 2억 5000만원의 뭉칫돈을 받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안시현은 다섯 살배기 딸 그레이스를 홀로 키우고 있는 한국프로골프 투어 선수 가운데 유일한 ‘싱글맘’이다. 안시현은 공식 연습일, 프로암, 그리고 대회로 이어지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딸을 친정에 맡기고 대회에 나선다. 딸은 안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안시현은 “3주 전만 해도 골프를 그만둘 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이라 여긴 대회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딸 얼굴을 보노라니 ‘여기서 그만두면 안 되지’라는 마음이 들었고 다시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6-06-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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